홈페이지 비판자 IP추적 징계회부
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한 공무원이 징계에 회부된 사실이 밝혀졌다. 구청측은 글쓴 공무원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IP 역추적’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구청은 지난 3일 구청 홈페이지(http://www.yongsan.seoul.kr) 자유토론방에 올라온 ‘단지 그대가 공무원이라는 이름만으로’라는 제목의 글이 구청장을 비방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삭제하고, 전산실을 통해 IP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용산구 이촌2동사무소 컴퓨터 단말기에서 글이 올려졌음을 확인하고 해당 컴퓨터 사용자인 김모(40)씨를 조사하려 했다. 김 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자 용산구청은 지난 10일 서울시 인사과에 지방공무원의 품위유지 위반, 직무명령거부 등을 이유로 김 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김 씨는 이 글에서 “구청장은 용산구청직장협의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설립증 교부를 거부하고 있다”며,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은 “김 씨의 글 가운데 ‘용산구청장은 허수아비요 몇몇 간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라는 내용이 근거 없이 구청장을 비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글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IP 추적을 통해 김 씨를 조사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사업장 감시 행위”라고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또 “게시물에 대한 자의적인 삭제행위는 이용자들에 대한 검열”이라고 지적하며 “어느 조직․단체․기관이든지 그 구성원들에게 비판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용산구청 홈페이지의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에 대한 비판여론도 확인되고 있다. 용산구청 홈페이지 자유토론방에 글을 쓰려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를 필수항목으로 입력해야 한다.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로 불리는 이러한 홈페이지 운영에 대해 네티즌들은 인터넷의 익명권을 침해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용산구청측을 비난하고 있다. 네티즌 신모 씨는 “주민번호는 공개즉시 바로 다른 용도로 쓰일 위험이 있는데… 토론방에 주민번호와 연락처까지 남기는 건 납득이 가지 않네요”라는 글을 남겼고, 임모 씨는 “쓴 소리라 하여 바로바로 삭제해 버리는 홈피(홈페이지)”라며 “필수입력 사항을 없애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