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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허에 의한 살인을 중단하라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회의, 건강권 보장 논의


약품을 개발한 특허권자의 이익보다 인간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각국 정부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회의 (TRIPs Council)가 19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열렸던 회의에서 아프리카 대표들이 발의한 ‘강제실시권, 차등가격제’ 등을 안건으로 채택해,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 가운데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 조항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6월 회의에 미국을 제외한 모든 정부대표들이 “지적재산권이 민중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동의한 바 있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회의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대한 각국의 이행상황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의기구로서 WTO(세계무역기구) 산하 조직이다. 이 회의는 주로 특허권이 각 나라에서 잘 보호받고 있는지, 법적 체계는 잘 마련돼 있는지를 주로 감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적재산권과 건강권’의 문제가 본격적인 의제로 떠오르면서 ‘결코 양보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19일 열린 회의에서는 의료 공공성 강화와 연계된 지적재산권 조항을 검토해 초안을 작성하고, 이는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회의에서 특허․지적재산권 문제를 건강과 결부시켜 논의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살인적인 약값’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의 경우 대부분 최빈국인데, 약값은 북미․유럽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미․유럽․일본시장이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전체 아프리카가 1.5%밖에 차지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서방 제약회사들은 아프리카에 싼 가격으로 약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기 때문. 따라서 아프리카에서는 HIV/AIDS로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약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민의련) 정혜주 공공의약팀장은 “약물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특허 때문”이라며, “서방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이용해 독점시장을 형성하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이어 “세계 상위 50위권 이내 회사가 전세계 의약품시장의 90%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기간이 ‘하루’ 연장될 때마다 평균 3억원 이상의 이윤이 추가로 발생한다”며 “기업들의 특허권으로 인해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투자협정․WTO 반대를 위한 국민행동’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의약품 특허 결정 주권 보장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강제실시권 보장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 의약품 관련 의료 정책 수립 등을 정부와 무역관련지적재산권 회의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