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패와 인권이 연관되는가?
이 보고서가 부패와 인권을 연결해서 탐색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이다. 부패 성향과 기회가 있는 곳에서 부패가 발생한다고 하면, 인권적 접근은 부패 행위의 기회를 줄이고 부패한 자들이 잡혀서 적절하게 제재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인권적 접근은 특히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성평등의 관점을 제공하고, 반부패 정책의 구상과 이행에 지침이 되는 요소들을 제공한다.
부패가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 대중의 태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패가 공익 및 개인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하여 대중이 알고, 또한 아주 사소한 부패조차도 해악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운동과 프로그램을 지원할 가능성이 커진다. 입으로는 반부패를 아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반부패 프로그램의 정치적 영향력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이점은 중요하다. 부패와 인권간의 구체적 고리를 인식함으로써 더 강력한 반부패 입장을 취할 수 있다.
특히 인권기준은 주요한 국제조약과 국내법으로 수립돼 있기 때문에 국가들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인권에 초점을 맞추면, 부패 행위가 발생할 때 누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며, 누가 부패로 인한 피해를 보호해야 하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
인권적 접근을 취하는 것은 특수한 위험에 처한 집단들의 역량강화에 특히 중요하다. 인권의 구조는 취약 집단이 권력남용과 침해로부터 보호돼야 할 것을 명백히 강조한다. 부패를 저지른 이들은 구금을 피하고 권력 있는 자리를 유지하려 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부패자들은 힘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억압하기 쉽다. 사회적 약자들은 더 착취당하고 더 자신들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부패는 배제와 차별을 강화한다.
부패의 정의
“부패”라는 용어는 라틴어 corruptio에서 왔다. 그 의미는 “도덕적 타락, 사악한 행위, 타락 또는 썩은 것”이다. 이러한 말들은 두가지 공통된 단점을 갖고 있다. 즉, 부패를 단지 뇌물로 여기거나 너무 일반적인 것으로 다루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패의 정의는 너무 제한적이거나 과도하게 넓다. 사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부패인 것과 부패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는 언제나 명확하지 않고 부패 용어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부패에 대해서는 정치부터 경제까지 여러 전문분야에 걸친 접근이 요구된다. 각각은 부패문제에 대해 상이한 인식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부패를 유형으로 분류한다. 가령 정치적 부패는 입법가들이 규범과 기준을 만드는 역할 속에서 공익을 희생시켜 자기 지지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행정적 부패는 세금을 적게 매기거나 규제를 피하게 해주고 낮은 수준으로 계약을 따게 해주는 것 등이다. 기업의 부패는 기업의 간부가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불법행위 등과 관련된다. 또 다른 정의법으로는 방정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부패=독점권력+재량권-책임성이다.
그러나 부패를 인권에 연결시키면 부패의 정의가 법에 기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법 분야에서는 보통,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했다는 일반적인 개념에 따라 특정 범죄 행위들을 분류하는데서 부패 용어가 사용된다. 반부패 국제조약들은 부패를 정의하는 대신에 부패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들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접근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부패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들은 주로 뇌물, 횡령, 거래에 영향력 끼치기, 기능 또는 지위의 남용, 부정축재 등이다.
인권침해로서의 부패
모든 형태의 부패 행위는 결국 인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어떤 부패행위가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인권의 구조를 유용하게 적용하려면, 직접적으로 인권을 침해한 부패행위, (직접 침해하지는 않았지만) 인권침해를 초래한 부패행위, 구체적인 인권침해와의 연결이 실제적으로 수립될 수 없는 부패행위를 구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먼저 인권에 따른 국가의무의 범위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권의 의무는 모든 수준의 모든 정부 부처에 적용된다. 인권법에 따르면, 어떠한 공공당국 또는 공적 역량을 갖고 행위 한 개인에 의해 자행, 선동, 고무 또는 묵인된 행위(또는 태만)는 국가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권과 관련해 국가는 “존중”, “보호”, “실현”할 의무를 갖는다.
이와 관련하여 부패를 인권침해와 연결해본다. 첫째, 직접 침해다. 부패는 권리를 침해하기 수단으로 고의적으로 사용됐을 때 직접적으로 인권침해와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판사에게 제공된 뇌물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평성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 고의가 아닌 경우라면, 당연하게 기울여야 할 주의를 기울였느냐를 시험하게 된다. 권리침해가 예상가능하고 방지 가능한 것이었다면 구체적 상황과 침해당한 권리에 따라 국가의 책임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둘째, 간접침해다. 부패는 결국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일련의 사건들 중에서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대가로 불법적인 폐기물 수입을 허용했고 그 폐기물이 거주 지역(또는 가까운 곳)에 방치됐다면, 그곳 거주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당할 것이다. 여기서 부패는 인권침해의 전제조건이자 필수요인이었다. 따라서 권리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지라도, 부패는 필수적인 유발요인일 수 있고, 인권을 간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내부고발자를 들 수 있다. 부패를 고발한 내부고발자들은 모욕이나 위협,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하곤 한다. 이런 경우 부패는 인권침해의 필수요인이다.
셋째, 침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부패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선거 과정 중의 부패는 선거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사회불안과 항의가 벌어지고 그런 항의가 폭력적으로 억압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치적 참여의 권리가 직접적으로 침해당하고 사회적 저항에 대한 억압은 또 다른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선거에서의 부패는 저항이나 억압의 유일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문제로부터 동떨어져있지만 하나의 요인이기는 하다.
부패행위와 구체적 인권을 연결하기
부패행위는 평등권, 건강권, 생명권 등 구체적 인권과 연결된다. 한 예로 부패와 결합된 건강권 침해를 살펴본다.
<존중할 의무의 침해>
존중할 의무에는 건강을 해치는 활동을 삼갈 국가의 의무가 포함된다. 국가 또는 국가기관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한다면 존중할 의무를 침해할 수 있다:
• 건강 부문에 할당됐어야 할 기금을 오용하기
• 가령 보건시설에 대한 건설 허가를 대가로 뇌물 받기
• 보건 예산에서 횡령하기
• 건강 부문에 영향을 끼치는 거래하기
• 건강 부문과 관련된 국가 기능을 남용하기
• 약품을 속이거나 위조약품을 파는 조직과 공모하기
• 자국에 와야 할 약품을 국제 약품 시장으로 빼돌리기
<보호할 의무의 침해>
보호할 의무에는 제3자(가령 의료관련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기업 등)가 건강을 침해하는 것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포함된다. 이 목적을 위해 국가는 제3자에 의한 의료장비와 의약품 시장을 통제하고, 제3자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평등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 또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교육, 기술, 윤리 강령 등에서 의료관련자들이 적절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 또는 국가기관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보호의 의무를 침해할 수 있다:
• 건강 부문의 부패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예를 들어 기업들의 사기 마케팅 또는 사기 광고로부터)
• 건강 부문 행위자들을 규제하고 감시하기(예를 들어 의료 연구의 조작을 막기 위해)
• 보건 부문 부패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실현할 의무의 침해>
실현할 의무는 건강권의 실현을 위해 국가에게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조치, 예산 조치 등 기타의 조치를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는 보건 시스템내의 부패를 방지할 전략을 채택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건강권 실현의 의무를 침해할 수 있다.
국가 외의 행위자들도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 가령 비공식적인 지불을 받거나, 건강상태나 나이․재정적 이유로 환자를 차별하거나, 제약회사 등의 부적절한 영향을 받거나 하는 등이다.
국가인권기구와 인권조직들에 대한 권고
인권기구들은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는데서 부패의 영향을 다룰 자신들만의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가령 새로운 분석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산 감시가 유용한 방식이다. 인권기구들은 예산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법을 배우는 게 유용할 것이다. 기존 네크워크만이 아니라 반부패 대응을 위해 새로운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인권기구들은 스스로 재정적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자기 조직의 재정에 관한 정보와 보고서를 대중의 감시에 공개해야 한다. 사적 또는 공적 기금이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투명성과 개방성이 있어야만 한다. 지방정부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 지방정부는 보건, 교육,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 등 중요한 공적 서비스를 전달하고, 이것들은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중요하다. 부패는 이런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높이고 질과 분배는 악화시킬 수 있다. 인권기구들은 지방정부의 공적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치며
이 보고서는 인권단체더러 반부패 조직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도, 반부패 조직더러 인권단체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부패 문제는 인권의 결과를 낳기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활동 중에 부패 문제와 부딪치게 되고 부패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엔과 많은 다른 기관들에서 인권이 주류화 되는 것은 반부패기관들이 인권을 적용하는 방법을 더 잘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로 인해 야기되는 인간고통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상호 전문성을 교환하고 조력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