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독소조항 전면개정하자
지난 9월 4일 현직 경찰관이 “현행 집시법은 비현실적이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등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 논문을 써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영등포경찰서 김상희 조사반장은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석사학위논문에서 현행 집시법은 △집회 신고 내용이 너무 많아 법이 천명한 신고제 취지가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됐고 △집회기간 규정 미비로 집회 방해 목적용 장기 허위 신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애매한 금지통고 사유와 집회 허용에 대한 경찰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등의 이유로 집시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집회자유확보 연대기구’ 움직임
사회단체들도 이번 정기국회에 집시법을 개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사회진보연대 등은 9월 들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연대기구’를 만들기 위해 사전모임을 하고 있다. 10월 초 연대기구 발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대사관․주요 도로 집회 금지 △야간 집회 금지 △주거 지역 집회 금지 문제 등을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집중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홍석인 간사는 “사회단체들은 집시법 가운데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독소조항들을 제거하는데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 있”으며 “검․경의 집시법 ‘개악’ 움직임을 미리 막는 것까지 활동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자유권위원회 이창조 상임활동가도 “집시법 독소조항으로 인해 집회․시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현실이 우려된다”며 “여러 사회단체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정기국회 기간에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회단체들은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정책팀을 꾸린 상태며, 여기서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 의원 소개를 거쳐 국회에 상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회단체들이 만들 개정안에는 △집회금지 구역 축소 또는 폐지 △현재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야간집회에 대한 원천적 허용과 제한적 금지 △집회 절대 금지 조항인 5조에 대한 수정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소조항, 전면적 문제제기
사회단체들은 개정안 마련을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행동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단체들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대사관 같은 집회 금지 구역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독소조항 ‘불복종’ 운동 △집시법 개정 행동주간 선포 △집시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 다각적인 행동을 통해 집시법 개정 흐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국회에서도 집시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 허위 장기 집회 신고 △대사관 주변 집회 금지 문제에 대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 측 개정안은 허위로 장기 집회 신고되는 집회를 막기 위해 7일 단위로 집회 신고를 하게 한다. 또한 신고를 해놓고 고의적으로 집회를 열지 않으면 일정액의 과태료를 납부케 하고, 상습적 허위 집회신고자는 일정기간 집회를 신고를 받아주지 않게 하는 일종의 ‘징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의원들도 개정필요 공감
박 의원 개정안은 또한 건물밀집지역에서 대사관 주변 1백미터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은 사실상 ‘집회금지’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 대사관 입주 국가를 직접적 집회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상 대사관 주변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허용하도록 했다. 박 의원 측은 의원 발의 형식으로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은 “대사관 주변 집회허용 조항은 전향적이나, 허위 집회 신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고 기간을 7일 이내로 제한하거나 집회를 열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를 물리거나 일정기간 집회를 금지시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