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가 전국 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 총·학장 앞으로 하달한 공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5·6일 하달된 이 공문 제목은 「교수노조 결성 움직임과 관련한 협조 요청」이다. “교수노조는 현행법상 명문으로 금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일부 교수들의 ‘불법적인 교수노조 결성’ 기도에 대해 “총·학장의 적극적인 대처와 사전 예방을 위한 능동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 이에 대해 8일 교수노조(준)은 규탄성명을 발표해 즉각 반발했고, 나아가 교육부에 교수노조와 관련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 공문은 ‘교수와 노동자는 다르다’는 교육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노동3권이 “종속적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사회적 존경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대우를 받는 대학교수들”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또한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 봉사를 사명으로 하고 있는 대학교수의 직무가 스스로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99년 초·중등교원에게 허용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조차 교수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수노조 결성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대다수 대학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심지어 “대학교수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이 공문은 “정부와 총․학장이 관련자에 대해 법령에 따라 엄중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교수노조(준)은 이 공문에 대한 규탄성명을 통해 “일반노동자들과 같이 놀 수 없는 ‘귀족적인 신분’으로 교수들을 치켜세우며 일반노동자들을 무시하는 ‘노동 비하적’인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교수노조(준)는 또 노조결성문제에 대해서도 “대학교수들 대다수가 교수노조의 결성을 찬성하고 있”지만 “당국과 재단의 탄압과 보복이 두려워 감히 노조가입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교육부가 총·학장들을 교육부의 하위관료로 여기고 교수들을 탄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것이 대학 위에 군림하는 교육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0일 오후 2시에는 서울대학교 인문관 8동 대형강의실(102호)에서 교수노조 창립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곧바로 3시에는 출범식이 계획되어 있다. 교육부의 방해·탄압방침에도 불구하고 교수노조는 예정대로 출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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