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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에바다 정상화 길목, 막힌 철문을 열어라!

옛 비리재단 측, 마지막 몸부림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에바다 농아원 앞엔 새 이사진과 교장, 원장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이들을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는 위패가 어지러이 걸려있었고, 옛 재단측(최성창 씨 일가)이 외부에서 동원한 농아인들 20여명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것이 5년 여 간의 투쟁 끝에 정상화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옛 재단측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아원의 현주소다.

이날 아침 10시 반 정문 앞에선, 「에바다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단체 회원들과 이사진, 학교장, 농아원장 등 백 여명이 집회를 열고, △옛 재단 인사의 완전 퇴진 △학교와 농아원 운영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에바다농아원 문제는 지난 96년 11월 농아원생들이 "더 이상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질 수는 없다"며 재단 측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지역의 민주적 인사와 사회단체들의 비리재단 퇴진 운동에 서울의 인권, 장애인단체들도 가세해 에바다농아원 문제는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지난 해 3월엔 새로운 교장(김지원)이 부임했고, 8월에 이르러선 전체 이사 11명 중 민주적 인사들이 7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 그 징후다. 그러나 교장, 교감, 교사들이 폭행당하고, 교장실 집기와 유리창이 부숴지는 등 위협이 가해졌다. 업무 중인 교장, 교감들을 교문 밖으로 밀어내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옛 재단측이 선동한 농아원생들과 농아원 직원들이 벌인 일들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충분한 물증이 없다며 수사에 소극적이었고, 평택시청이나 교육청 또한 무책임하게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일 뿐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아 이 같은 탈법행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해 들어서도 파행은 계속됐다. 지난 7일 신임 원장인 변승일 전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이 대표이사, 교장 등과 함께 농아원을 공식 방문했으나, 아예 교문 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밀려났다. 양봉애 전 농아원장 직무대행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옛 재단 측의 마지막 인물이다. 옛 재단측은 최근 평택시청을 방문해 이사진에 옛 재단측 인사들이 동수로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자신이 농아인이기도 한 신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농아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공연히 정보에 어두운 농아인들을 선동해 정상화를 가로막는 옛 재단측은 당장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김용한 이사는 "사회복지 법인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국민 모두의 것인데, 옛 재단측은 사회복지시설이 마치 사유재산인 양 행동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집회가 끝난 후, 윤귀성 대표이사 등 이사진과 원장, 교장은 업무 수행을 위해 농아원 출입을 시도했으나, 최성창 씨의 교회에서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농아인들이 정문을 폐쇄하고 출입을 방해했다. 또 이들 농아인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밀가루를 집어던지고, 본지 취재 기자의 수첩을 빼앗아 기록된 부분을 찢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윤귀성 대표이사는 출입을 시도하다 이들이 거칠게 미는 통에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한편, 에바다 이사회는 14일 아침 10시 서울 안국동의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같은 날 1시에는 에바다 농아원 앞에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주최로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