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춘천지법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것조차 가로막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4일 춘천지법(재판장 이헌섭)은 지난 해 2월 춘천시청이 '국가보안법 철폐'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의 신고 접수를 거부해 결국 현수막을 걸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제기한 '옥외광고물 등 표시신고 수리거부' 취소 청구 소송을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수막의 내용이 국가보안법과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 반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을 전면적으로 폐지하자는 것과 같은 극단적 주장이 … 현수막을 걸어 표현하는 등 일정한 행위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국가안전보장 등과 비교해 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해 2월 19일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반민족·반통일·반인권악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반인권, 세계의 망신거리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 위해 춘천시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시청은 국가보안법을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 악법으로 임의로 해석한 광고 내용은 공중에 대한 위해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이 규정한 금지광고물에 해당한다며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법이 개폐되기 전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개진할 수 있어야 함은 민주사회의 필수적인 요구"인데 시청이 현수막 게시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헌법 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신고수리거부'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입은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반인권적인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대통령조차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때에, 도심에 국가보안법 개폐에 관한 현수막조차 자유로이 걸 수 없단 말이냐"고 분노하며, 고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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