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압력에 시달리던 대우자동차판매(아래 대우자판)의 한 노동자가 심장질환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죽음을 맞고야 말았다. 지난 12일 대우자판 노동자 박창원 씨는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사망했다.
병원은 박 씨의 사인을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했다. 박 씨의 가족들과 동료들은 회사의 끊임없는 판매 신장 압력이 심장질환의 발병 원인이 됐고, 지난 해 11월부터 강도 높게 진행됐던 퇴직 내지는 새 임금 체계의 수용 권유가 박 씨의 병세를 악화시켜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84년 대우자판에 입사해 18년 간 영업사원으로 일해왔다. 85년경부터 신촌영업소에서 같이 일하면서 박 씨와 절친하게 지냈던 박찬호 씨에 따르면, 박 씨는 원래 매우 건강한 편이다. 그러던 박 씨가 심장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6개월 전. 박찬호 씨는 "'판매실적이 좋지 않다', '영업소를 폐쇄한다'는 둥 회사에서 말이 많아, 박 씨가 영업소의 맏형으로서 판매 실적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심지어 이사급 한 명은 박 씨 등을 불러서 '너희는 막말로 기생충 같은 놈들이다. 판매 실적은 얼마 안 되면서 회사 피를 빨아먹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병원에선 박 씨에게 급성 심근염이라며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2년 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안정을 유지한 덕에 거의 건강을 되찾았던 박 씨는 지난 11월 경 다시 심장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심해진 탓이었다. 이때 회사 측은 노동자들에게 고정급 43만원의 성과급체계 아니면 희망 퇴직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박찬호 씨에 따르면, 새 임금체계를 수용할 경우 한 사람이 한 달에 7-8대의 차를 팔아야만 기존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2월 11일 노동조합의 다른 동료들은 회사측이 제시한 새 임금체계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으나, 박 씨는 며칠을 함께 하지 못하고 농성장을 뜰 수밖에 없었다. "너네 고생하는데 어떻게 나만 가냐?"던 박 씨를 조합원들은 등을 떠밀어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측은 요양 중인 환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직을 종용했다.
"소장이 전화를 걸어서 명예 퇴직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아니면 2월 7일부로 정리해고 된다면서. 그리고 파업현장에 나가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구요." 박 씨 대신 전화를 받았던 부인 윤모 씨는 말했다. 그 후로 전화만 오면 혹시 회사가 아닐까 매우 예민해 했다는 박 씨는 12일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윤 씨는 "18년 간 근무한 회사에서 이제 그만두라는 말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니 얼마나 심리적 중압감이 컸겠냐"며, 회사가 박 씨의 죽음을 재촉한 셈이라고 했다.
회사의 노사협력부 관계자는 박 씨의 죽음에 대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거"라고 말하면서도, "판매실적을 올리는 건 영업직원의 본분이다. 고정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희망퇴직이나 임금체계 전환은 불가피했다"며 회사의 최근 구조조정 방침과 박 씨의 죽음을 연결시키지 말라고 강변했다.
한편, 노조는 박 씨의 죽음과 관련 회사가 책임을 통감하고 성의 있는 사과를 할 것과 유가족들의 생계 보존을 위한 대책수립에 관해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 씨의 발인은 16일이며, 장례식은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노동조합장으로 열린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