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권 인정, 갈 길 멀다
"현재 산업기능요원 등은 거의 13만명에 달하며, 여기에 상근예비역 등을 더하면 20만에 가까운 숫자가 병역특례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천6백여명에 불과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제여지가 과연 없는가?"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대 김병렬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확신'에 의한 병역거부로 용어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때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는 인권의 문제지만, 다수자의 생존보다 우선하는 문제는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렇듯, 18일 KNCC 인권위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주최로 열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관련 토론회' 자리에서는 병역거부권 인정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삼경 목사, 전국목정평 정진우 목사 등 기독교계 발제자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정 목사는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며 병역거부권 인정에 대해 찬성했다. 정 목사는 "개인적으로 여호와의증인이 줄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병역거부권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었다"고 개인적 심경을 솔직히 토로했다.
하지만 최 목사는 "너무나 잘못된 진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여호와의증인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했다. 창공교회 장병선 목사는 "예수가 올 때까지는 군대가 꼭 필요하다"며, "평화는 지키는 자에게만 주어진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에 대한 2차 영장청구가 기각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는 2백50여 명이 참석해 병역거부권 인정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앞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 운동의 갈 길은 멀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병역거부권 인정 문제에 대해 발언을 아껴온 기독교계에서 공식적으로 토론을 벌임으로써, 이 문제가 더 이상 특정종교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