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포, 주거침입, 복귀서 강요 등 인권침해 논란
발전노조 파업이 보름을 넘겼음에도 노조원들의 업무복귀율이 오르지 않자, 경찰이 조합원들을 강제연행해 복귀각서를 강요하는 등 갖가지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인천, 일산, 가평 등 경기도 일대에서 조합원들이 투숙하는 여관이나 민박집에 경찰이 침입해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불법구금하거나 경찰서로 강제 연행하는 일이 잇따랐다.
11일 오후 3시경 경찰은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는 식으로 서울화력 조합원 8명을 협박해 일산경찰서로 연행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에게 '회사로 복귀하겠다'고 진술서에 쓰도록 요구했고, 2명이 이를 거부하자 같은 문구를 쓰도록 재차 강요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회사 쪽 간부에게 인계돼 복귀를 종용당했다.
이에 대해 수사2계장은 '임의동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의동행은 당사자의 동의 아래 수사기관에 가는 것으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이번 경우는 사실상 강제연행"이라고 반박했다.
12일 낮 3시경 가평 민박집에서 경찰서로 연행됐다 저녁 7시께 풀려난 당진화력 소속 조합원 10여명도 '임의동행 아닌 임의동행' 과 진술서 강요 등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
또 11일 밤 인천의 또 다른 여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서도 아닌 곳에서 진술서를 요구할 수 있냐?", "이건 불법구금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항의에도 인천중구서 소속 경찰들은 회사 쪽이 올 때까지 3시간을 끌며 여관을 나가지 않았다.
11일 밤 인천의 또 다른 여관에서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서도 아닌 곳에서 진술서를 요구할 수 있냐?" "체포영장도 없이 이건 불법구금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항의에도 인천중구서 수사2계 소속 경찰들은 사측 관계자들이 여관에 도착할 때까지 3시간 여의 시간을 끌며 여관에서 나가지 않았다.
12일에는 조합원들이 임의동행과 진술서 작성을 끝까지 거부하자, 경찰이 무리하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일도 벌어졌다. 울산화력 소속 조합원 9명이 아침 7시께 인천 부평경찰서로, 인천화력 소속 나정구 씨 등 조합원 7명이 아침 10시 15분께 강화경찰서로 각각 체포․연행됐다. 김남훈 변호사에 따르면, 부평경찰서에서는 회사 쪽 사람을 불러놓고 조합원들에게 '복귀서약서를 써라. 아니면 계속 구속상태에 있게 될 거'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권두섭 변호사는 "사업장을 점거한 것도 아니고 단지 노무를 거부하고 있는 평조합원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강제노동이나 마찬가지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규 위반에 불과한 평조합원들의 미출근에 대해 경찰이 개입해 복귀각서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와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영장 없이 가택 수색을 한 사실도 조합원 가족들의 제보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일 경찰은 여수의 발전 노동자 집단거주 지역에서 발전노조 전승욱 남동 조직국장을 찾겠다며 영장 없이 20여 집을 수색했다. 이어 9일에도 영장을 보여주지 않은 채 서울과 인천 각각 한 집을 수색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번 주에 출산 예정인 부인과 처제가 단 둘이 있던 평조합원의 집을 경찰이 수색을 한다면서 쑥대밭을 만들어놓았다는 제보가 왔다고 발전노조 이병철 홍보실장은 말했다.
이같은 인권침해와 관련, 13일 아침 11시 피해노동자와 담당 변호사는 국가인권위를 방문, △임의동행 명목 강제불법연행 △경찰의 복귀서약 강요 △불법감금 △수색영장 없이 주거침입 등을 진정 접수할 예정이다.
앞서 11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발전노조는 △강제가택수색 시, 영장 요구 및 주거침입 신고 △불심검문 시, 경찰관의 소속과 신분 요구 △임의동행 거부, 체포영장 요구 △강제연행시, 복귀서 거부 등 대처방법을 조합원들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