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지위향상, 영주'권' 확대 요구
국내 소수민족인 재한화교 등에 대해 영주자격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장기체류 외국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영주자격을 신설, 부여하는 내용으로 출입국관리법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을 15일까지 접수받았다.
개정령안은 체류자격 중 영주(F-5)자격을 신설했으며, 법무부장관은 △일정금액 이상을 국내 산업체에 투자함으로써 거주(F-2)의 자격을 가진 자(투자에 의한 거주자격 외국인) 중 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서 기업활동에 종사하여 국민고용창출에 기여한 자 △거주(F-2)의 자격을 가진 자(투자 이외의 거주자격 외국인) 중 5년 이상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 △영주자격을 받은 자의 출생자녀로서 미성년인 자에게 영주(F-5)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영주자격 취득자는 재입국허가 요건이 완화되고, 매5년마다 체류기간의 연장을 허가받지 않아도 되며, 강제퇴거 대상에서 제외되어, 보다 안정적인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법무부 출입국기획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개정령안이 시행될 경우 재한화교 중 99%가 혜택을 받게 되며, 외국인 선교사 등 극소수의 인원이 시행령의 적용대상이 된다. 또한 앞으로는 투자에 의해서도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재한화교는 2만2천여명 정도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부터 한반도에 거주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종사할 수 없었고, 67년 외국인토지소유권 제한조치로 농업을 포기해야 했으며, 외환교제와 창고봉쇄령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었다. 지금도 매5년마다 체류기간의 연장을 허가받아야 하고, 국민연금 등에 가입할 수 없으며, 출입국 및 금융거래 등에 있어서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영주자격 제도 도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재한화교의 인권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던 안영도 변호사는 "영주란 개념은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한 체류의 범위를 넘어선다"며, "법무부 안에서는 토지문제, 건강보험 및 연금가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화교들은 법무부 안이나마 반가워하는 입장"이라며, "미흡한 부분은 추후에 적극적으로 요구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는 15일 논평을 통해 "영주자격은 영주권과 결코 같은 차원의 제도가 될 수 없다"며, 영주권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을 주장했다. 평등노조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도 "한국에서 영주권이라는 개념이 드디어 생겼다"고 일면 반기면서, "5년 이상 노동하면서 살아온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서 영주권을 줘야 한다"며 이 제도의 확대적용을 요구했다.
한편, 안 변호사가 초안작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정대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기체류외국인의 영주권취득과 그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주권 제도가 신설되고, 영주권자는 출입국, 부동산거래, 금융거래, 교육 등에 있어서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