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국가 내부의 원주민 자결권 문제로 상정돼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화해촉구 결의안(안보리 1397)에도 불구하고 자살폭탄 사건과 보복공습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엔인권위가 인민자결권과 인종주의 이슬람국가에 관한 의제에 이르자 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 간의 대결양상이 논의를 압도했다.
21일 팔레스타인 대표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은 국제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스라엘군은 폭력,살인, 파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대표는 핸드폰으로 시시각각 예루살렘의 현지상황을 보고받으면서, "바로 지금 몇 시간 전에도 자살폭탄테러로 7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이스라엘은 유엔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 받은 합법국가"라고 응수했다.
이집트, 시리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에서 즉각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인민의 주권국가를 설립하는 것이 지역평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발언했다. 비이슬람 국가들 중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팔레스타인의 자결권 침해에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대결양상은 인종주의 철폐에 관한 논의에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 대표는 "안티 세미티즘(반 셈종족주의)은 테러리즘"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팔레스타인 대표는 "팔레스타인도 역사적으로 유대인과 같은 핏줄인 셈종족이다. 시오니즘(유대교주의)에 기반한 이스라엘의 폭압이 팔레스타인 인민의 저항권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국가 간의 논쟁이 지리하게 반복되는 가운데, 과테말라 대표는 "식민지나 점령지가 아닌 주권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원주민 등의 인민자결권 투쟁들은 잊혀져가고 있다"고 전제하고, '분리독립'과 스페인의 까딸로냐, 프랑스의 퀘벡과 같은 '자치', 이 두 가지 방식의 자결권 실현에 대해 인권위가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부 민간단체들도 국가들이 회피해 온 러시아의 체첸, 중국의 티벳, 신장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런던에 기반한 민간단체 '리버레이션'은 "인도네시아의 아체, 서파퓨아 등지에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인민의 자결권 문제가 인권위에 상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많은 민간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