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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우갑의 인권이야기

경찰, 제발 좀 변해라!

바야흐로 오늘날은 '큰 이야기'의 시대를 넘어서서 '작은 이야기'의 시대이다. 결국 세상의 변화가 이념이나 구호보다는 작은 손짓 발짓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진실을 생각해보면 '작은 이야기'는 변화를 갈망하는 시작, 동기이기도 하고 변화가 실현된 기쁨을 함께 체험하는 완성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은 이야기'는 언뜻 보면 치사하고 속좁아 보이지만 큰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현실을 담고 있다.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기구'로서의 인권위원회 설치도 반드시 필요하고 그 위상의 올바른 정립도 간절하지만 실제 인권의 변화를 실감하는 곳은 길거리에서다. 특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치사한 권력 '경찰'의 변화는 인권위원회의 위상 정립보다 더 절실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정선군 '고한'이다. 카지노가 생긴 덕분에 부쩍 찾는 사람이 많아진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웬만한 군사작전 지역을 지나는 것보다 더 삼엄한 검문검색을 거쳐야 한다. 정선군 남면이라는 곳부터 고한까지의 거리는 시간으로 대략 30분, 이 30분 동안 평상시에는 세 곳의 검문소를 거쳐야 하고 툭하면 다섯 번 쯤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또 고한에서 태백이라는 바로 옆 도시를 가기 위해서는 7~8분의 거리를 두고 두 곳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중간에 다른 갈림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이은 검문의 이유를 물으면 '소속 경찰서가 다르기 때문'이란다.

기차를 타도 마찬가지. 기차역에 내리면 시골역에 내린 정취를 즐길 새도 없이 줄줄이 주민등록증을 들고 인물검사를 받아야한다. 남녀 노소를 불문하며 얼마 전 이 곳을 찾았던 수녀님들도 검문을 받았다.

길에서건 역에서건 그런 검문을 하는 경찰관들 중에 소속을 밝히고 검문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나도 한번 검문 사유를 물었다가 같이 차에 탔던 다른 이들까지 다 주민등록증을 까 보여야 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항의하고 저항하다가 이제는 체념해서 검문소가 나타날 때마다 미리 신분증을 준비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검문의 이유를 물으면 기소중지 어쩌고 얼버무리지만, 실제 검문의 이유는 '실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지역 신문에는 검거 실적이 우수한 파출소의 시상 소식이 크게 실렸다. 특히나 연초에 이 곳 경찰 서장이 바뀌면서 부쩍 더 심해졌다는 것이 주민들 생각이다.

경찰의 변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안에서 밖에서 경찰의 변화를 노래해 왔던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몽둥이라는 야유를 받아가며,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무시를 당해가며, 그만큼 얘기를 들었으면 이제 좀 변화가 될 만도 하련만 여전히 시민들의 작은 인권에는 관심도 없고, 그 쥐꼬리만한 권력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몽매의 시대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경찰, 경찰, 제발 좀 변해라, 제발 좀.

(이우갑 씨는 고한 성당의 주임신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