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병무청, 수사권 부여…인권 침해 우려
법무부가 사법경찰권을 정보통신부와 병무청 직원들에게 확대하는 입법안을 예고한데 대해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법무부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중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불법 감청설비 및 프로그램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선 정통부 4∼9급 공무원이, 병역·입영기피 행위에 대해선 병무청 4∼9급 공무원이 사법경찰권을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정통부와 병무청 직원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각각 자신의 단속분야에서 법원의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를 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수사는 인신의 구속 등 인권침해를 필연적으로 유발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은 수사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수사권도 검사와 경찰에 의해서만 행사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검사나 경찰만으로 범죄의 수사가 부적당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다른 자에게도 수사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정통부와 병무청은 '단속의 효율성' 이외에 사법경찰권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 지식정보산업과 과장은 "사법경찰권이 없어 단속을 할 수가 없다"며, "(프로그램의) 불법복제·유통을 막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정통부 직원들이 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병무청 공보담당관은 "사법(경찰)권이 없는 상황에선 병역기피자를 색출한다든지 (방위산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고용주를 조사한다든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직접 단속을 하려니까 어려운 것 아니냐"며, "범법행위에 대해선 경찰이 (단속)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현재 인신구속을 위해 직무교육을 받는 경찰도 인권문제를 야기시키는 상황"이라며, "약간의 전문성을 이유로 사법(경찰)권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인권침해를 우려했다.
울산대 이계수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부는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예방적 활동'을 담당하나, 사법당국은 이미 발생한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기소하는 일을 한다. 사법경찰의 사무를 행정부서가 맡으면, 자신들이 할 일이 '예방'인지 '처벌'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 자신들 관할의 사무들을 일단 범죄시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로인해 단속의 효율성은 커질지 모르나, 인권침해 소지는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은 성명서를 내,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와 관련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는 직장이나 가정처럼 비공개적 장소에서 이뤄지곤 하는데 수사를 명목으로 정통부 직원들이 비공개적 장소를 자유롭게 출입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