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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쟁점! 주5일 근무제 ⑦

노동자 절반에겐 ‘그림의 떡’?


장시간노동에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정작 노동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게 생겼다. 정부안은 주5일근무제를 2003년부터 공공부문·금융보험 및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06년까지 단계별로 도입하되, 30인 미만 사업장의 시행시기는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이후 경영여건 변화를 고려해 별도로 정한다는 것인데, 그 시행일정은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30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약 7백9십7만5천292명으로 전체노동자 1천3백6십만4천274명의 58.6%에 달한다.(2000년 기준 통계청) 정부나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영여건 상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에 심하게 노출돼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는 식의 주5일근무제는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늘릴 뿐이다.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 동시 내지는 적어도 1년을 넘지 않는 기간 내에 모든 사업장에서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거꾸로,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김에 관리직·전문직·영업직에 대해선 아예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하지 말자고 지난 19일 정부에 낸 의견서에서 주장했다. 이 경우, 법정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이들 노동자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고 연장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도 없어진다. 이미 그 폐해는 건물관리노동자들의 현재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24시간 맞교대나 3교대, 휴일에 일을 해도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들 처럼 일정한 장소에서 감시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피로나 긴장이 적고 근무시간 내내 일감이 있지 않을 거라고 가정하고 '감시·단속적 노동자'라 분류해, 근로시간이나 휴일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근기법 제61조) 이들의 현재가 다수 노동자의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