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은 말 뿐,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로 부려
한 사업장에서 공고 실습생들을 노동조합원들의 회사출입을 막는 구사대에 동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지부장 이찬교)는 "(주)세원테크(사장 장현수, 충남 아산시 배방면)가 노조원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가로막는 일에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3학년 실습생들을 동원한 것이 드러났다"라고 10일 밝혔다. 구사대에 공고 실습생들이 동원된 것은 지난 7월과 8월의 일이다. 구사대에 동원된 실습생은 포항ㅎ공고, 구미ㄱ공고, 대구ㅈ공고 재학생들로서, 노조가 찍은 비디오를 통해 뒤늦게 각 학교에 알려졌다.
금속노조 세원테크지회는 회사의 노조 탄압에 맞서 10일 현재 141일째 파업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 7월 14일 경찰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낸 이후, 공장 정문과 주위를 봉쇄하고 구사대를 세워 조합원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막아왔다. 해당 학교의 한 선생님에 따르면, 현장 반장이 '조합원들이 들어올 때 정문 앞에 설 수 있냐'라며 실습생에게 사실상 구사대를 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들 학생들은 지난 3월 내지 4월부터 세원테크에 실습을 나온 상태다.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우 선생님은 "회사가 실습생들을 파업 때 값싼 대체근로로 이용하는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노사 분규 현장에서 정문을 지키는 구사대로 동원한 것은 처음 접하는 일"이라며 "윤리적․인권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해당 학교에서 회사에 공문을 보내, 실습생들에게 실습과 무관한 일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요청한 것이 조치의 전부다.
경상북도 교육청 성병길 과학산업교육과장은 실습생들이 구사대에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이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한다. 애들 의사가 첫째"라며 학생들을 학교로 복귀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선생님에 따르면, 회사측이 일부 학생들에게 '실습이 끝나면 병역특례업체에 취직시켜 주겠다', '군대가 면제된다' 등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용우 선생님은 "학생들의 심정은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교육청이 '학생들의 의사' 운운하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원테크에서 실습생들은 말만 '실습생'이지 일반 노동자들과 똑같이 현장에 투입돼 왔던 것 역시 드러났다. ㅎ공고 실업생 중 한 명은 주44시간 노동에, 한달 중 보름 가량은 하루 최대 세 시간씩 잔업을 더 했다고 한다. 잔업은 선택이지만, 기본급이 적기 때문에 잔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실습생의 경우, 기본급 56만원에 잔업수당까지 합치면 약 90만원 정도를 받았다.
지난해 실습생이었던 유모 씨는 "작년엔 아파서 일요일 특근이나 잔업을 못한다고 해도 조장들이 강제잔업을 시키기도 했는데, 노조가 생긴 후 상황이 좀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67조는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일에 42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한 공고의 최모 선생님은 "회사는 공고 실습생들을 값싼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만 생각해, 일은 똑같이 다시키면서 노동3권도 보장하지 않고 임금만 적게 준다"라고 말한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하인호 선생님은 "근본적으로 실업계고교의 현장실습 제도가 교육적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