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그 뒷 이야기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린 아시안 게임 기간 중 언론사들로부터 많이 받았던 문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 중 몇몇이 선수촌을 이탈했다는데 혹시 이들의 소재를 알고 있는지, 이들의 상담을 받지 않았는지’였고, 또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의 선수들 응원이나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사례는 없는지’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동안 인권모임을 비롯한 「외국인 산업연수제도 철폐와 이주노동자 기본권 보장을 위한 부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의 참가단체들은 경기장 앞에서 현대판 노예제도에 다름 아닌 외국인연수제도의 문제점과 이주노동자의 인권개선을 위한 일인시위를 하면서 “한국의 치부를 꼭 드러내야 속이 시원하냐? 당신들은 한국사람 아니냐?”는 항의를 경찰들과 일부 시민들로부터 받으며 매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아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안타까웠던 것은 아시안게임 동안 자국 팀의 경기를 보러가느라 하루 결근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회사로부터 쫓겨나기도 했고, 몇몇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단속되어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36억 아시아인들의 축제라고 하지만,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은 이 축제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저는 베트남에서 불법적인 일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법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교육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나 많은 제 친구들이 왜 불법체류자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우리에게는 꿈이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항상 많은 대가를 치뤄야만 합니다…”며 며칠 전 이주노동자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베트남 출신의 한 이주노동자의 나직한 목소리는 막연하게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한국인들을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정부는 아시안 게임 이후 미등록노동자의 증가를 이유로 집중적인 단속과 강제추방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약 34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73%가 미등록상태인 한국의 기형적인 인력구조에서 본다면, 입국경로가 무엇이었든 관계없이 누구든 쉽게 취업의 대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선수단 중에 과연 몇 명이 선수촌을 이탈하여 취업의 대열에 참가했는지 알 수 없지만, 26만 명에 이르는 미등록노동자에 합류한 이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오히려 정부에서 시급히 해야할 일은 과다한 송출비리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미등록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는 연수제도의 폐지와 함께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꿈을 이루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정한 체류기간을 주어 합법적인 신분의 노동자로 일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이다.
(정귀순,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