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 규탄 행동 계속
여중생사망사건 가해자에 대한 무죄판결로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아래 소파)에 관한 개선안을 발표했으나 시민사회로부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4일 '최근 대미정서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 대책과 소파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 미군의 공무상 범죄여부에 대한 판단과 초동수사 협력방안 등이 발표됐다. △공무상 범죄와 관련 미국 측이 발행한 공무증명서에 이견이 있을 경우 한미간에 협의채널을 가동해 우리 쪽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이 미국 쪽에 인도된 뒤 한국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출석 요구를 하고 △범행현장에 대한 양국 수사기관의 공동접근과 용의자 목격자 등에 대한 공동조사 등 초동수사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같은 정부의 안에 대해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고유경 간사는 "기존 소파 내용과 차이가 없다. 법무부가 미군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후 한미 간 논의과정에서 나온 후속조치와 같아 새로울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정희 변호사 역시 "공무상 범죄여부에 대한 협의는 지금도 가능하다. 최종적으로 공무증명을 누가 하느냐가 관건인데 결국 미국이 하게 돼있다"며 "운영상의 보완이 아닌 협정의 관련조항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의자를 인도하기 전 예비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소 시 한국수사당국으로의 신병인도 원칙이 지켜지도록 개정해야 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행정협정은 본 협정에 따른 양해사항과 합의의사록 등으로 구성돼있지만 정부안은 소파 주요문서의 개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 상의 개선으로 한정돼있다.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은 논평을 통해 "소파의 본협정, 합의의사록 등도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규정력이 약한 합동위원회 합의사항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소파의 불평등한 조항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자는 국민들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중생사망과 관련 '무죄판결 원천무효', '소파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사회단체들의 집회와 행사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여중생 사망 사고일인 목요일을 맞는 5일엔 하루종일 관련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민주노총은 낮 12시 살인미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사관측에 부시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또 기자회견 내내 민주택시연맹 소속 노조원들이 미대사관 주위를 돌며 경적을 울리는 차량시위를 벌였다.
종교인들도 미군참회와 소파개정을 요구하는 집회와 행사를 열었다. 불교대책위원회는 조계사에서 108배 정진을 했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들은 열린시민공원에서 월요일부터 4일째 노숙 단식을 진행하며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등 시민 3백여명은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사망한 여중생의 넋을 위로하는 촛불 추모제에 참여한데 이어 7시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천주교대책위원회의 생명·평화 촛불 음악회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