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신화, 초기업 노조로 맞선다"
지난달 29일 MBC PD수첩이 삼성그룹의 무노조 정책을 본격적으로 진단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삼성의 전근대적 노동탄압에 다시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패의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이러한 삼성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조직이 하나 있다.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가 바로 그것.
지난 2월 6일 설립된 삼성일반노조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 삼성 계열사들과 사내하청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삼고 있는 합법 노조다. 하나의 재벌그룹을 상대로 일반노조가 설립된 것은 삼성일반노조가 처음이다.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김성환 씨는 96년 11월 삼성계열사인 이천전기에서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후 8년째 지난한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2000년 설립된 <삼성그룹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삼성의 악랄한 노동탄압을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데 앞장서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말 호텔신라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기 불과 40분전, 다른 직원 명의로 설립 신고서가 제출되면서 노조 설립 시도가 좌초되는 등 기업단위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노력들이 삼성의 치밀한 저지전략으로 번번이 실패해 왔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업 단위의 일반노조는 기업내 자주적 노조 건설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노조의 경우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만큼, 삼성의 탄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조합원들을 보호하기도 훨씬 용이할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삼성일반노조는 전국을 돌며 삼성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고 교육을 통해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성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다 설령 신고증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조직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노동자들에게 삼성의 탄압과 회유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삼성노동자들은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폭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성SDI 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서울 변두리 영세 전자업체보다도 못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 "그런데도 노조가 없어 그러한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전환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지는 노동조건 후퇴에도 맞서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삼성에 대한 신화부터 깨야 삼성 노동자들도 스스로 조직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현재 삼성일반노조는 주로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열악한 상태지만,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기 위한 의지만큼은 결연하다. 거리를 사무실 삼아 전 국토를 뛰어다니고 있는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에 삼성 전담 부서를 만들어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며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