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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위, "NEIS에서 개인정보 빼라"

개인정보 수록영역 삭제 권고…교육부 수용여부 주목


1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학생·학부모의 개인정보가 대거 수록된 교무·학사/보건/입·진학 영역과 교원인사 관련 일부 항목을 삭제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간 "인권위의 권고를 존중하겠다"고 수 차례 밝혀온 교육부가 이 권고안을 수용, NEIS에 의한 프라이버시권 침해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권위는 12일 오후 3시부터 3시간에 걸쳐 전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NEIS 27개 영역 중 교무·학사/보건/입·진학 3개 영역과 교원인사 영역 내 병역(미필 사유), 혈액형, 정당, 사회단체 활동 등에 관한 27개 세부항목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채택했다. 또한 기존 학교별 정보시스템(CS)의 보안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도 함께 권고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자의적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경종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은 비록 'NEIS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학부모·교사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집중돼 있는 영역들을 NEIS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국가에 의한 자의적인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더구나 이번 권고는 막대한 재정이 걸린 정치적 부담과 NEIS 문제를 인권사안이 아닌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문제로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공세 속에서도 인권위가 철저히 인권의 원칙에 기초해 내린 결정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회의 직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이 "누구의 안을 수용할 것이냐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인권기준에 원칙적으로 합당한가 아닌가에 따른 판단"임을 강조하면서, "NEIS의 교무·학사/보건/입·진학 영역은 헌법 10조의 인간존엄과 행복추구권, 17조의 사생활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세계인권선언, 국제자유권규약, 아동권리협약, OECD 프라이버시보호 가이드라인 등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NEIS가 이미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CS 재가동 문제와 관련한 현실론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며 "현실적인 면이 어떻게 감안되었는지는 이번 주 내 발표될 결정문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원위원회에는 교무·학사 영역 중 8개 세부항목만 삭제하는 교육부안과 교무·학사/보건/입·진학 영역을 모두 삭제하는 전교조안, 그리고 교무학사/보건/입·진학 영역을 삭제하되 성적·출결 항목에 한해서만 NEIS에 입력하는 절충안 등이 올라왔으나 모두 기각되고, 이번 안이 전격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사회단체들, "소신 결정 환영"

이번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보호-NEIS 폐기를 위한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는 "이번 권고가 NEIS뿐 아니라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는 여러 정보화 정책에도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교육부의 즉각적인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이번 결정으로 NEIS의 개인 프라이버시권 침해 문제는 해소되었다고 해도, NEIS에 의해 학교의 모든 행정정보가 중앙으로 집중되어 교육이 획일적으로 규제되는 한,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의 침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앞으로 NEIS에 의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육환경과 여건의 조성과 관련해 교육 주체들에게 부여되어야 할 재량권이 침해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역시 "국가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국민과 학생의 정보인권 옹호를 위한 중대한 결단"이라고 환영하면서, "더 이상 NEIS를 둘러싼 교단의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인권위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교육부에 주문했다.


교육부 일방행정 반성 계기 돼야

한편, 이번 인권위 결정을 계기로 NEIS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엄청난 예산낭비와 학교현장의 갈등을 초래한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비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박성기 씨는 "NEIS 문제로 인해 그동안 학생이나 교사 등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을 강요해온 교육부 행정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교육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개인정보의 집중이 명백한 프라이버시권 침해임을 재확인한 판단으로서,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정보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모든 관심은 "인권위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교육부가 그 약속을 지킬지에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