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살인적 노동 조건이 공개돼 세상을 경악케 한 적이 있다. 최근 제작된 독립 다큐멘터리 <소금>은 그 중에서도 소수자인 여성 철도노동자의 위협받고 있는 삶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난 2000년 <평행선>으로 인권영화제와 만났던 독립제작 프로덕션 '희망'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카메라로 고발했다.
수송 분야에서 일하는 김남희 씨는 4년 만에 생긴 첫 아이를 유산했다. 열차를 분리하고 연결하는 '입헌'이 그녀의 주요한 업무인데, 임신 중에는 무리한 노동이다. 임신기간 동안이라도 배려해 달라는 그녀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되었고, 이 과정에서 유산을 하게 된 것이다. 유산은 김남희 씨만의 아픈 기억이 아니라고 작품은 말한다. 지난 1년간 감독이 전국 철도를 누비면서 만난 다양한 분야의 여성노동자들은 상당수 유산을 경험했으며 이들은 하나 같이 '모성 보호'의 시급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살인적 노동 조건은 지난 5년간 시행된 인력 감축 때문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4시간 '맞교대' 근무와 '교번제' 근무로 인해 만성 피로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평생 소원이 '하루 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잠깐 교대해 줄 동료도 없어 매표소에서 표를 팔면서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노동자는 "아이를 낳는 날까지 나와서 매표소를 지켰다"며 한숨을 내쉰다. '철도가족'이라는 미명 하에 이들은 목숨까지 앗아가는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작품은 철도를 따라 사계절을 배회하면서 마치 로드무비 같은 서정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아련한 그리움 같은 영상은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살인적인 상황과 대조되어 아이러니한 여운을 남긴다. 배우 방은진 씨가 나레이션을 맡았고 민중가수 윤미진 씨가 주제가 '어떤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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