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진 씨 출석…동성애 관련 증인신문 사법사상 최초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아래 정통윤)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낙인찍은 동성애자 웹 커뮤니티 '엑스존'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통윤은 2000년 8월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엑스존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7조에 따른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심의·결정한 데 이어 2001년 11월 청소년 유해매체 표시 명령을 내렸다. 엑스존은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곧바로 사이트를 폐쇄하고 2002년 1월 "동성애는 성적 취향의 문제이지 법률적으로 금지될 사항이 아니며, 정통윤의 조치는 동성애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청보법 시행령의 위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채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고 행정처분을 무효화할 만큼 정통윤 결정의 하자가 명백하지 않다"는 모호한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2일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동흡)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는 동성애자 서동진 씨(퀴어영화제 조직위원장)가 출석해 사법사상 최초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서 씨는 "청소년 동성애자는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학교와 가족과 또래집단으로부터 배척받아왔다"며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당당한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동성애에 대한 정보공유와 다른 동성애자들과의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며 엑스존의 존재이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심문에 나선 정통윤 측 변호사는 "증인은 원래부터 동성애자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나 유혹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나?", "동성애가 청소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나?" 등의 질문을 쏟아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4월 국가인권위는 '동성애'를 청소년유해매체 심의기준으로 제시한 청보법 시행령 7조는 인권침해라며 이의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