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경찰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 개악안이 통과되자, 각계 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개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오전 11시 30여개 인권단체들은 명동 향린교회에서 '경찰폭력 고발 및 집시법 개악음모 규탄대회'를 열고,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유신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며,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도로 행진 금지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금지 △학교·군사시설 주변 집회·시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이번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사실상 집회 허가제"가 되어 사회적 약자들의 표현 수단인 집회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또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에 대한 합리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는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았다"며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개악안이 최근 폭력진압을 일삼고 있는 경찰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시위대처 4대원칙' 지시 직후 가결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국회 행자위가 대통령의 의중을 업고 평소 집시법을 개악하려던 경찰청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열린 '집시법 개악을 규탄하는 제 민중·시민·인권·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도 집시법 개악안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김영탁 부위원장은 집시법 개선을 요구했더니 경찰의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만 대폭 확대한 개악안으로 응수한 경찰과 국회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게다가 이번 집시법 개악안이 시행되면 불법으로 재단되는 집회, 시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집시법이 경찰의 폭력 진압을 정당화시키는 합법적인 틀거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단체들은 이번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며 온몸으로 반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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