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가 막바지로 치달아가고 있는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서는 수백 명의 피감호자들이 "사회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며 여섯 번째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피감호자들의 단식농성으로 촉발된 사회보호법에 관한 논쟁은 1년 동안 쉼 없이 진행되었다. 사회보호법은 전두환 신군부의 탈법적인 입법기구였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삼청교육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력의 필요 속에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또 재범의 방지나 사회복귀라는 입법 취지와는 동떨어지게 사실상 징역형의 연장이었던 이중 처벌이고,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을 뿐인 이들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시켰으며, 높은 재범률을 낳았다는 점에서 관해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이 법률을 즉각 폐지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에 관해 1년이나 지속되었던 논쟁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의 폐지 권고 결정으로 사실상 종결되었고,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 법률의 폐지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들이 모두 찬성하였고,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3개씩이나 제출되어 있는 것으로도 입증이 된다. 며칠 전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원로와 각계 인사 321인은 성명을 통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신체를 볼모 삼아 국가의 통치수단을 정당화하려 했던 역사적 과오는 단 한순간도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회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1981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만3천1백73명이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 법무부가 지난해 6월부터 가출소 폭을 확대하여 이제 1천명 이하로 피감호자가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이 법에 의한 국가의 인권침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24년째 지속되어 온 인권침해를 끝낼 책임은 국회가 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는 지난해 12월 이후 아예 법안 심의 일정조차도 잡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사회와 철저하게 격리된 '청송보호감호소' 그 오지에서 여섯 번째 단식농성을 하는 피감호자들에게 국회는 이 법률의 즉각적인 폐지로 응답해야 한다. 그럴 때 국회는 최소한 직무유기의 책임만은 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2507호
- 200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