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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법원, 이적단체 판결에 '명백한 위험성' 따져

하급심 이적단체로 판결한 '민애청' … 대법원, "이적단체 아니다"

이적단체를 규정하는데 있어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9일 대법원(주심 김용담 대법관)은 민족통일애국청년회(아래 민애청)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전 회장인 한대웅 씨를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유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 적용에 있어 기본권 제한은 엄격해야 한다'는 당연한 법리를 수용한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에 조심스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적단체 인정은 국가보안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의 목적 등 및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 해석해야 한다"며,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들로는) 민애청이 지향하는 노선이나 목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어서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심에서는 △민애청이 '자주·민주·통일'에 앞장선다는 것을 규약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점 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두고 밑에 상임위원회, 운영위원회, 소모임 등의 조직 체계를 갖춘 점 정기 총회나 학술토론 자료 중에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의, 주장에 부합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이적단체라고 규정했다.

김승교 변호사는 대법원이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을 판단의 이유로 삼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이적단체를 판단하는데 있어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음에도 대법원은 그 동안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규약을 가지고 있는 것' 등 구체적인 위협이 없는 경우도 이적단체로 판단해 왔다. 김 변호사는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판단에서 법원이 변화를 보이는 징조가 아닌가 싶다. 편협한 기존의 논리에서 진전된 변화로 선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 역시 "과거 대법원이 조직 체계를 갖추고, 북한 주장에 담긴 어휘를 사용해 규약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적단체로 판단한 것과는 사뭇 다른 판결"이라며 "지금까지 대법원은 하급심이 무죄로 판단한 사건까지도 유죄로 번복해왔던 것에 비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증법적 유물론 입문』을 제외한 '조선까치 5월호, 민애청 10차 정기총회 자료집, 제2회 통일대토론회 자료집' 등을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했다.

한대웅 씨는 2002년 2월 항소심에서 국가보안법 7조 3항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5항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98년 11월 한대웅 씨 등 민애청 회원 9명은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중 6명이 영장실질심사에서 대거 기각되면서 공안당국의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9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감청, 무리한 수사 등도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