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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무늬만 개정, 속내는 존속

본질 그대로 남긴 국가보안법 개정안 줄줄이 이어져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폐지 요구가 뜨거운 가운데, 한나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마저 국보법의 존속과 다를 바 없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보법 폐지라는 시대적 요청에 역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31일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등 각종 인권을 침해해 온 국보법의 본질을 온전히 남겨둔 채 몇 글자만 부분적으로 고친 개정안을 마련해 '생색내기'에 그쳤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7조(찬양·고무 등) 가운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정을 알면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로 대체 △피의자 구속기간 연장 조항 삭제 △참고인에 대한 구인 규정 삭제 검토 △허위사실 날조·유포죄의 형량 경감 등에 머물고 있다.

1일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안정적 개정을 위한 모임(아래 개정모임)'이 발표한 개정안 역시 국보법의 폐해 중 빙산의 일각만 건드렸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개정안과 다르지 않다. 개정모임은 7조 1항에서 '찬양', '고무' 두 단어만 삭제하고 '선전'에 대한 처벌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었으며, 같은 조 이적표현물 관련 5항에서도 '소지' 단어만 삭제한 채 이적표현물의 제작, 반포, 판매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처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적표현'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에서 7조의 일부 내용만을 수정하는 것은 자기검열의 폐해와 얽어매기식 사상 탄압의 역사를 고스란히 되풀이하게 될 것이 뻔하다.

더구나 개정모임은 이미 사문화된 10조 불고지죄를 삭제하지 않고, 3조(반국가단체 구성)와 4조(목적수행)에 대한 불고지죄를 살려두기로 해 오히려 독소조항을 부활시키는 의미마저 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평이다. '정부참칭'을 통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2조 역시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게 생겼다.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박래군 정책기획팀장은 "사실상 국보안에 손댈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표현되어 있는 셈"이라며 "국보법의 남용과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폐지만이 답이며 시대의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학) 역시 "여당의 원내대표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민주개혁 정통세력이 행정부와 국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맞는 첫 정기국회'인 만큼 '국민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일부라고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이런 것을 국보법 개정안이라고 내놓고도 '민주개혁 정통세력'을 '참칭'할 수 있는지 화가 날 따름"이라며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17대 정기국회가 인권과 민주주의에 실제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국보법 폐지에 적극 나설지, 아니면 끝내 '흉내내기'에 그칠지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