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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교육 현장의 목소리 존중하라"

국가인권위, 전문성 없는 기관에 인권교육강사 양성 맡겨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인권교육의 전문성이 없는 기관에 인권교육강사 양성 사업을 맡겨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뜨겁다.

지난 7월 '인권교육강사 능력향상과정 위탁운영기관'을 공모한 인권위는 8월 25일 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위탁기관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번 교육은 검찰, 경찰, 교정 공무원(법집행 분야)과 초·중등학교 교사(학교 분야)를 대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총 5회에 걸쳐 각각 2박 3일간 실시된다.

이에 대해 1일 '인권교육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는 우려와 비판을 담은 의견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네트워크는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은 '인권'에 대한 전문성은 갖추고 있을지 모르나, '인권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은 전혀 갖추지 못한 기관"이라며 인권교육강사를 양성할 기관으로서는 부적격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법집행 공무원을 위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탁교육기관을 무리하게 선정함으로써 인권위가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네트워크의 의견이다.

인권교육의 방법론적 원칙인 '참여형 교육'이 전체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녹아있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네트워크는 "많은 주제들이 짧은 강연 형식으로 전달되면서 참가자의 감수성을 증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는 "이미 학교 인권교육 분야는 오랜 연구와 고민을 진척시켜 왔던 반면, 법집행 분야의 경우 제대로 된 프로그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법집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의 내용과 방법론에 대한 충실한 연구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이미 지난 7월 23일 네트워크가 인권위에 전달한 질의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일부 내용만 보완한 채 그대로 사업을 강행, 네트워크가 우려했던 바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인권교육담당관실 김철홍 과장은 "좋은 의견을 주어 고맙다"면서도 "이 사업은 이미 공고까지 나갔고 예산도 잡혀 있었다. 또한 법무부등에서도 인권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최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며 "잘못된 부분은 향후에 차근차근 수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권교육네트워크는 9월과 10월에 예정돼 있는 위탁교육의 전 과정을 모니터해 최종적인 평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