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경찰의 욕망

경찰혁신위, '경찰력 강화' 설파 … 토론자들, "인권존중과 양립 불가능"

지난달 12일 경찰청이 발표한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이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음에도 경찰혁신위원회는 26일 '인권보호와 법집행의 효율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통해, 인권보장에 어긋나는 경찰력 강화를 다시금 들고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주 발제자인 경찰대 김형훈 교수요원은 "권한이 남용될까봐 아예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기대되는 법 집행이 이루어질 수 없고, 권한 없는 책임을 수행하면 직업적 사명감으로 인해 월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찰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나섰다. 이어 "현장에서 직접강제와 행정형벌을 통해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불심검문과 관련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아래 개정안)을 지지했다. 개정안에는 '불심검문 시 거동 수상자에 대해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신원을 밝히지 못한 자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교수요원은 "불심검문 시 신원확인불응자에 대한 구금조치 등 강제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역시 발제를 맡은 연세대 법학과 한견우 교수도 "과태료나 범칙금의 부과로 (경찰관의) 의무이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경찰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되고 인권존중과 양립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장경욱 변호사는 "개정안으로 경찰 권한 남용의 우려가 더욱 높아져 국민들의 불편과 불쾌감을 가중시키고, 진술거부권·신체의 자유 침해가 명백하다"며 "경찰의 시도는 경찰행정편의적 입장에 따른 이기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진술거부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이 형사상 불리할 경우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 제12조 2항에 명시되어 있다. 장 변호사는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절차 등 어디서나 그 진술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경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강요받지 아니할 기본권이 존재한다"며 "경찰관이 신원확인을 위해 피검문자에게 진술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을 이유로 직접강제나 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불심검문 시 신원확인불응자에 대해 구금조치까지 취하도록 하는 등 신체의 자유 제한 여부까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제한 여부를 사법권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에도 위배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총기사용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도 '거침없이' 제기됐다. 김 교수요원은 "총기를 지닌 경찰관이 저항하는 자에 대해 '정당방위 상황'으로 대처함으로써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방위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체사격도 가능하도록 해야하고, 하체를 겨냥한 사격인 경우 상체가 피격되더라도 정당한 공무에 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가벼운 저항에도 경찰관이 자의적으로 '정당방위 상황'으로 판단해 총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장비와는 달리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기 오·남용이 불러올 비극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총기사용은 오직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불가피할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총기사용 대신 경찰관의 교육과 훈련을 통한 대화기법 습득과 침착성 고취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토론에 참가한 KBS 이준상 해설위원은 "공권력 강화는 경찰의 체계를 개선하고 정비하는 의미이지 총기 사용이나 불심검문 강제력을 강화하는 의미는 아니"라며 "공권력 확립은 경찰의 자질 강화와 체계 정비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듯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의 정당성을 설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찰 스스로 '인권파수꾼'으로 거듭 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이때 '권한강화'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경찰 스스로 혁신을 통해 국민의 지지와 신뢰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