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을 가리지 않는 엘지정유의 '노조 죽이기' 시도가 만천하에 공개된다. 여수지역사회 연구소 등 6개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엘지정유노조인권실태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은 9월초부터 약 한달 동안 만나온 엘지정유 노동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엘지정유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아래 보고서)를 작성했다.
엘지정유노조는 지난 7월 18일부터 20일 동안 근로조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으로의 전환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의 사회적 의제를 내걸고 파업을 벌였으나 사측의 '선 복귀 후 대화' 요구를 수용, 현장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하루소식 2004년 8월 11일자 참조>
그러나 사측은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걸 가로막고, 일명 '복귀 프로그램'을 가동해 본격적인 '노조 무력화'에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은 노동자들의 복귀선언 이후 서약서와 경위서 작성 강요, 개별면담과 집단 교육 실시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노동기본권은 물론 양심과 표현의 자유 등을 폭넓게 침해했다.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인정, 이를 반성한다는 점과 향후에 사측의 지시사항과 인사명령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공동조사단은 서약서에 대해 "노동3권 포기각서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2002년 발전 노조 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복귀한 모든 노조원들에게 서약서를 강요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법원은 사측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 바 있다.
서약서 강요에 이어 사측은 '경위서'에 파업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고 자신 이외의 타 노조원의 활동 내용까지 기술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개별 면담을 가져 파업의 정당성이나 향후 조합 활동 여부를 물으며 사측이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면담을 중단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조원들과 만나지 말고 절대 대기할 것을 강요하며, 유선으로 통화하여 집에 없을 경우 복귀 신청 자체를 원천 무효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 집단 교육을 받고 나서야 노조원들은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일할 장소를 배정받지 못하거나 기존의 업무가 아닌 현장 청소, 펌프 닦기 등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공동조사의 책임을 맡았던 최완욱 씨는 "사측의 복귀 프로그램은 노조원들로 하여금 노조활동과 파업에 대한 심한 회의감이나 심리적 항복감을 유도하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시행되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사측은 '선 복귀 후 대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며 노조원의 조합사무실 출입마저 차단하는 등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또한 30여억 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 신청이 광주지검에 의해 받아들여져, '대표적인 가압류 남용 사례'로 국정감사에서 강도 높게 비판받았다.
최 씨는 노조 죽이기를 적극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엘지정유의 사례는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며 "사측의 노동자 탄압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