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다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7월 드러난 삼성SDI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의 피해자가 낸 부당노동행위 진정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 이미 검찰은 지난 2월 16일 삼성 전·현직 노동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 추적 사건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 책임자들에게는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8일 수원지검은 삼성SDI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 씨가 위치추적 사건 고소 이후 사측이 고소취하와 노조탈퇴를 종용하면서 △조를 짜 작업장 내 1미터 거리에서 교대로 밀착 감시했고 △휴게실과 화장실은 물론 퇴근 후에는 집까지 미행했으며 △8월과 9월에 걸쳐 연이어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전환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며 지난해 10월 4일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낸 진정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구체적인 피해사실과 증거들이 엄연히 있는데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수원지방 노동사무소장은 민주노총 경기본부 이상무 본부장 등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과의 면담에서 강 씨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위치추적 고소인들 노조 탈퇴와 관련해서 삼성 관리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또 고소인들 중 고소를 취하하고 노조탈퇴서를 낸 사람들에 대해 수원지방노동사무소 측은 "삼성 관리자가 이들의 노조 탈퇴서를 발송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는 것. 이에 대해 다산인권센터 이밝은진 활동가는 노조를 탈퇴할 경우 당사자들이 직접 우편 등으로 (탈퇴서를) 제출하는 것이 당연한데, 회사측 관리자가 이를 대신했다는 것은 노조 탈퇴 과정에 회사측의 압력이 행사된 것이 명백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능직인 강 씨가 고소 이후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 된 것 또한 회사의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SDI의 인사발령 업무지침 제8조는 "사원의 최단 동일부서 근무기간은 1년 이상이 원칙으로서 현 소속부서 1년 미만자의 타부서 이동은 원칙적으로 제한"(1항)하며 "기능직군 및 특수직군에 근무하는 자는 업무의 전문화를 위하여 타 직종으로 이동시키지 않음을 원칙으로"(2항) 하고 있는 것.
이밝은진 활동가는 "노동조합 구성을 위해 싸운 강 씨에 대해 회사가 부당한 징계성 인사조치를 취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결정에 대해 "삼성으로부터의 외압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무능을 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담당 검사는 사직하고 수원지방검찰청장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사건 당사자인 강 씨는 검찰 결정에 대해 "회사 내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하면서도 노동부나 검찰에서는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삼성 관련 사건이 늘 그렇듯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분개했다. 그는 "어려운 길이지만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100% 회사의 의도대로 흘러가니 과연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한편 '삼성노동자감시통제와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경기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11시 수원지검 앞에서 검찰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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