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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어린이인권학교> ①학대, 싫어요 ②폭력, 싫어요 ③차별, 싫어요 ④성폭력, 싫어요

펴낸곳: 푸른숲/ 옮긴이: 김태희/ 펴낸날: 2004년 11월



아이들과 인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선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가지고?'와 같은 고민에 휩싸이기 쉽다. 특히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형식으로 개념이나 사례를 설명한 책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말 출간된 <세계어린이인권학교> 시리즈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학대 △폭력 △차별 △성폭력 이렇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표현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짜여져 있다. 그림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간결한 글이 제시돼 있어,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인권교육시리즈라고 하겠다.

그 첫 번째 시리즈 「학대 싫어요!」에서는 어떠한 때에 "싫어요! 안돼요!"라고 말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학대란 무엇인가'를 묻거나 학대의 종류를 차례차례 알려주는 어렵고 딱딱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글이 아니다. 누가 나를 때리려 하거나, 차별을 받았다거나, 부모님이 말다툼을 할 때, 누군가가 협박할 때 등 학대의 사례가 등장하지만, 이 글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에게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북돋는데 있다. 아이들이 분별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해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하는 힘을 갖도록 용기를 북돋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폭력 싫어요!」는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폭력적으로 반응하는지가 비교적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 인식하기 쉽지 않은 일상의 폭력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또 폭력을 침략이나 전쟁, 테러에서부터 질병, 사고, 공해, 스트레스 등으로 확장해 보여주고 있어 폭력의 범위도 함께 이야기 될 수 있다는 것이 눈이 띈다. 그리고 폭력 상황에서 나름의 대처방법까지도 제시되어 있다. 특히 폭력의 사회적 영향이나 관계를 어렵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폭력이 '휘두르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결코 가볍게 쓰여진 책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때에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상황은 여럿 나열되어 있는 반면, 폭력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피해를 남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적게 할애되어 있어 '폭력 상황 이해'로 치우친 점이 아쉬움이다.

「성폭력 싫어요!」에서는 '낯선 이웃집 사람이 나를 붙잡으며 억지로 사진을 찍자고 할 때', '가까운 친척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면서 내 몸을 보거나 만지려 할 때',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이 싫다고 했는데도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자꾸 따라올 때' 등을 설정, 아이들에게 어떤 때가 위험한 상황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의 경우에 어떤 곳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소개되어 있다. 만화형식의 그림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시리즈이다.

끝으로 차이와 차별을 다룬 「차별 싫어요」도 다양한 경우의 차이를 쉬운 그림으로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차이를 쉽고 자세하게 소개한 것에 비하면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인권적 명제는 그다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 아쉽다. 아이들이 쉽게 부딪히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차이가 어떻게 차별로 이어지는지 보여줬다면 '차이와 차별의 구분'이나 '차별의 문제'가 더욱 선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제시한 사례 등은 이 책의 가볍지 않은 깊이를 엿보게 해준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한다면 더욱 풍부한 인권교육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