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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철거지역 경찰의 편파성 도마에 올라

수청동 철거용역직원 사망사건에 대한 부검 결과 일부 공개

오산 수청동 철거농성 현장에서 발생한 용역직원사망사건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검에 참여했던 한 의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6월 1일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그동안의 경찰발표와 상반되는 의견이 제시되어 경찰의 편파적이고 부실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무거운 각진 물체'에 의한 '매우 강한 충격'

이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아래 국과수)의 부검 결과 우측 두정부(정수리 부근)의 함몰골절(길이 약 2.5cm, 깊이 약 3mm)과 가벼운 뇌 안의 출혈 소견이 발견됐다. 부검에 참여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의사 김해룡 박사는 "당시 사망한 용역 직원이 헬멧을 착용한 것을 감안할 때 무거운 각진 물체에 의한 매우 강한 충격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털이 약 반 정도 그을린 상태인 것을 제외하고는 후두부나 기도 및 폐에 특이한 점이 관찰되지 않아 경찰이 발표했던 화염병에 의한 사망은 '가능성이 있으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의학자는 "몸에 불이 붙으면 보통 사람들은 도망가거나 불을 끄려고 허둥대기 마련"이며 "화기를 들이마신 흔적이 없는 것은 불이 붙었을 당시 사망하였거나 의식을 잃어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쓰러진 상태에서는 위치상 두정부에 함몰골절이 생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용역측의 소화기 투척에 의해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두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던 수청동비대위의 입장이 힘을 얻게 된 것.


경찰, 철거민들을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몰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16일, 현장에 있던 경찰은 1시간 넘게 사체를 방치하다가 이송한 후 충분한 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화염병 투척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검찰은 부검은커녕 현장조사도 외면한 채 경찰의 일방적인 수사내용으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청동비대위는 수사내용에 대해 물증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없이 자백을 받아내어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검찰과 경찰의 방침에 대해 누누이 비판해왔으며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도 소화기 투척에 의한 사망 의혹을 지난 5월 18일 제기한 바 있다.


철거지역에서의 경찰의 편파성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편파성은 철거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지적된다. 재개발 시행업체가 용역업체를 동원하여 무리한 강제철거를 하는 현장에는 항상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개입 없이 방관하다가 상황이 정리된 후 오히려 철거민들을 폭력사건의 혐의자로 연행, 구속하는 등 편파적 태도를 보여 비판받아왔다.

살인혐의로 구속된 주민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영기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용역직원들이 진입시도와 철수를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경찰병력이 새벽부터 출동해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전혀 막지 않았다"며 경찰의 방관을 꼬집었다.

지난 17일부터 경찰이 대형 철제 새총으로 농성자들을 향해 골프공을 쏘았다는 전국철거민연합의 주장은 경찰의 대응이 방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사실을 입증하는 사진이 공개된 후 화성경찰서장의 대기발령, 경비교통과장의 직위해제가 26일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어진 경찰의 감찰조사에서는 경찰이 철거민들을 향해 골프채로 골프공을 날린 사실이 밝혀졌고 경찰은 29일 일산경찰서 방범순찰대장을 직위해제하며 사건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에 대한 충격과 비난까지 수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관행에 쐐기 박아야

수청동비대위 박형모 집행위원은 "철거민들을 살인집단으로 몰아간 경찰의 발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수청동 철거와 관련해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 "인권침해가 발생하는지 감시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이 철거민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데다가 아예 인격체로 보지도 않는, 도저히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며 "경찰의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부검 보고서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의 당사자를 밝히는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철거과정에 개입해온 경찰의 반인권적이고 편파적인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까지 나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