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문헌으로 인권읽기] 1960년 교육상의 차별금지 협약

(Convention against Discrimination in Education)

국제인권기준이라는 것에는 반드시 '반차별' 조항이 있다. 세계인권선언의 반차별 조항(제2조)을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구체화한 것이 이 협약이고, 이 협약은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규약(제 13조)을 비롯한 주요인권조약에 자리 잡은 교육권 조항의 모태가 됐다.

현대의 인권기준이라는 것이 1·2차 세계 대전의 폭탄비와 피바다 속에서 인류가 얻은 뼈아픈 결과라는 것을 이 협약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평화수호의 방벽도 인간의 마음 속에서부터 구축돼야 한다"는 유네스코의 창립정신을 따라, 교육을 통한 인류의 연대, 인권과 평화의 실현을 목표한 것이 이 협약이다.

그러나 입으로 '차별 철폐'를 외친다 하여, 정말로 '센' 법률로 제정됐다 하여 차별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가는 공적생활에 있어 사람의 재산이나 학력, 기타의 차이에 구애되지 말고, 국민을 모두 주권에 대한 평등한 참가자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귀에 닳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차별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팽겨 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기심과 자유경쟁이 판치는 시장에서의 사적차별은 제멋대로 운동하며 차별의 곡선을 갈지자로 그린다. 국가의 법률 혹은 국제기준에 따른 차별이 '반차별 조항'에 의해 철폐되어감에 따라, 즉 '공적 평등'이 진행함에 따라 사적차별도 진행되며 제멋대로 활개 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공식적 평등과는 반비례로 각종 이유에 따른 증오와 반감, 차별이 고조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을 법에서 금지했다 하여 사적 사업장에서의 그에 대한 반감이나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종 법률이나 규제 속에 등장하는 반차별 조항이나 원칙은 현실에서의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반비례적 온도계라 할 수 있다. 헌법의 평등 사항은 현실에서의 불평등에 무력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인권의 주인들은 더욱더 적극적인 국가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협약이 보여주는 바도 이런 맥락에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참화 이전에 교육의 의미란 것이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가르치는 것에 머물렀다면, 전후 교육의 의미란 '권한 강화'이다. 교육에 대한 권리란 수동적으로 특정된 내용을 주입받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한강화요, 창조의 과정이다. 왜냐? 알 수 있어야, 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교육의 권리에 다가설 수 있고, 그것 말고도 다른 권리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불평등을 용납하지 않는 대표적인 원칙은 첫째,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모든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육은 안전한 물리적 조건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교육은 모든 사람이 (경제적 및 기타의 이유을 불문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권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 자체가 인권이란 의미 뿐 아니라 그것 없이는 다른 권리를 위해 나서거나 옹호하기 힘든 권리 자체의 모태로서의 의미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이 협약이 말하는 주요한 원칙은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며, 이는 모든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가능한 속에서 경제적으로 제반 교육환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1960년 12월 14일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UNESCO)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62년 5월 22일에 발효되었다. 2004년 12월 31일 현재 가입국 수는 91개국이고, 남북한 모두 가입하지 않았다.

최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학력 콤플렉스'니 '대학 나온 대통령'이라는 발언으로 온 언론매체가 떠들썩했다. 무릇 정치권이란 '립서비스', 즉 말로나마 인권을 옹호해야 하고, 그런 약속에 대해 속으면서도 내심 기대하게 되는게 우리들이다.

전 씨의 발언은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은커녕 '규정'으로나마 금지돼 있는 반차별의 원칙을 옹호해야 할 립서비스마저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립서비스조차 안하겠다면 그 노골적인 반감과 차별의 행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래서 사립학교법의 개정이나 교육상의 반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들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오는 것이 '언행일치'인가 보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존엄성에 대한 존중", 즉 "인권에 대한 존중"이라고 국제기준들은 하나같이 말하고 있다. 전 씨를 비롯한 소위 '학력 콤플렉스'가 없는 분들이 알맹이가 빠진 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상의 차별금지 협약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는 1960년 11월 14일부터 12월 15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제 11차 회기에서,
세계인권선언이 비차별의 원칙을 주장하고 또한 모든 인간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였음을 상기하고,
교육상의 차별이 그 선언에 천명된 권리의 침해임을 고려하고,
헌장의 규정에 따라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는 인권에 대한 범세계적인 존중과 균등한 교육기회의 조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국가간의 협력을 조직할 목적을 갖고 있음을 고려하며,
이에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는 각국 교육제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교육상의 모든 차별을 금지함은 물론 교육에 있어 모든 사람들의 기회와 처우의 균등을 촉진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교육상 차별의 여러 측면에 관한 제안을 이 회기 의제 17.1.4항으로 상정받았고,
제10차 회기에서 이 문제는 회원국에 대한 권고뿐만 아니라 국제협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결정하여,
1960년 12월 14일 이 협약을 채택한다.

제1조 1. 이 협약의 목적상, "차별"이라 함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경제적 조건 또는 출생에 기하여, 교육상의 처우균등을 무효화시키거나 손상시키는 목적이나 효과를 가진 모든 구별, 배제, 제한 또는 특혜를 포함하며, 특히 다음을 포함한다.
(a) 어떠한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하여 일정 유형이나 단계의 교육에 관한 접근을 배제시키는 것.
(b) 어떠한 사람 또는 집단을 저급한 수준의 교육에만 한정시키는 것.
(c) 이 협약 제2조의 규정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사람들 또는 사람집단에 대하여 별도의 교육 제도를 수립하거나 유지하는 것.
(d) 어떠한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과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을 부과하는 것.
2. 이 협약의 목적상, "교육"이라 함은 모든 유형과 단계의 교육을 가리키며, 교육에 대한 접근, 교육의 수준과 질, 그리고 주어진 교육 여건을 포함한다.
제2조 다음과 같은 상황은 그 국가 내에서 허용된다면 협약 제1조의 의미상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
(a) 학생의 성별에 따라 분리된 교육 제도 또는 기관을 설치하거나 유지하는 것. 단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동일한 기준의 자격을 갖춘 교사진을 제공하며, 같은 수준의 교육시설과 장비, 그리고 같거나 동등한 교육과정을 이수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b) 종교상 또는 언어상의 이유에 따라 학생의 부모나 후견인의 희망과 합치되는 교육을 제공하는 분리된 교육제도 또는 기관을 설치하거나 유지하는 것. 단 그러한 제도에 참여하거나 그러한 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선택에 의하여야 하며, 제공되는 교육이 특히 동일한 단계의 교육을 위하여 담당기관이 작성하거나 승인한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c) 사립 교육기관을 설치하거나 유지하는 것. 단 그 기관의 목적이 특정 집단의 배제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것에 추가되는 교육시설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 기관이 위와 같은 목적에 따라 운영되고, 제공되는 교육이 특히 동일한 단계의 교육을 위하여 담당기관이 작성하거나 승인한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제3조 이 협약에서 의미하는 차별을 불식시키거나 방지하기 위하여 당사국은 다음을 약속한다.
(a) 교육상의 차별과 관련된 모든 법률조항 및 행정지침을 폐지하고, 관련된 모든 행정관행을 중단한다.
(b) 필요한 경우에는 입법을 통하여 학생이 교육기관에 입학할 때 차별이 없을 것을 보장한다.
(c) 학비, 장학금, 기타 다른 형태의 학생에 대한 지원, 외국유학을 위하여 필요한 허가나 편의제공에 있어서 능력이나 필요에 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에 의한 국민들간의 어떠한 다른 처우도 허용하지 아니한다.
(d) 공공당국이 교육기관에 부여하는 지원의 형태에 있어서, 학생들이 특정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을 근거로 한 제한이나 특혜를 허용하지 아니한다.
(e) 자국 내 외국인 거주자에게 자국민에게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제4조 협약 당사국은 상황과 국가 관행에 적합한 방법으로 교육문제에 있어서 동등한 기회와 처우를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정책을 수립, 발전, 적용할 것을 약속하며, 특히 다음을 약속한다.
(a) 초등교육을 무상, 의무교육으로 한다. 다양한 형태의 중등교육이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이용가능하고 접근 가능하도록 한다. 고등교육은 개인 능력에 기하여 모두에게 동등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한다. 법률에 규정된 학교출석 의무를 모두가 준수하도록 보장한다.
(b) 같은 단계의 모든 공교육 기관에서의 교육수준이 동등하도록 보장하며, 제공되는 교육의 질과 관련된 여건들 또한 동등하도록 보장한다.
(c) 초등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초등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의 교육, 그리고 개인 능력에 따른 그들의 계속교육을 적절한 방법에 의하여 장려하고 강화한다.
(d) 교직에 대한 훈련을 차별 없이 제공한다.
제5조 1. 이 협약 당사국은 다음에 동의한다.
(a) 교육은 인간성의 원숙한 발달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를 지향하여야 한다. 교육은 모든 국가,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 사이의 이해, 관용 및 친선을 증진시켜야 하며,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연합의 활동을 지원하여야 한다.
(b) 부모 또는 해당되는 경우 후견인의 다음과 같은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첫째, 공공당국이 운영하지 않는 기관을 자녀의 교육기관으로 선택할 자유. 단 이는 담당기관이 작성하거나 승인한 기본적 교육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둘째, 그 국가 내에서 법률의 적용을 위하여 따르는 절차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아동의 종교 및 도덕 교육을 확보할 자유. 어떠한 사람이나 사람집단도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종교교육을 받도록 강요받지 아니한다.
(c) 소수민족의 구성원에게 학교의 운영과 함께 각국의 교육정책에 따라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가르치는 것을 포함하여 스스로의 교육활동을 수행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 다음을 조건으로 한다.
(i) 이 권리는 소수민족 구성원이 공동체 전체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된다.
(ii) 교육의 기준이 담당기관이 작성하거나 승인한 일반적 기준보다 낮아서는 아니된다.
(iii) 그러한 학교에 참가하는 것은 선택에 의하여야 한다.
2. 협약 당사국들은 이 조 제1항에 선언된 원칙의 적용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
(6-19조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