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변호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서초동의 이른바 "법조타운"이란 곳을 가야한다.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있는 곳, 여기서만 변호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변호사와 판 검사의 사회적 거리는 무척 가깝다는 것을, 하지만 시민들로부터는 철저히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변호사들이 송무(소송에서 변론하는 일)에만 매달려 있을 뿐 시민들의 일상적인 소소한 법적 분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소송마저도 돈 안 되는 작은 사건은 변호사에게 가져갈 생각도 하지 못한다. 97년 현재 소액사건(현재 2천만원 이하 소송물가액이면 소액사건으로 분류된다)을 제외한 민사본안소송 중에서 양당사자가 변호사에 의해 대리된 사건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94년 기준으로 소액사건을 포함한 전체 민사본안사건 중에서 양당사자가 변호사 대리된 사건은 불과 5%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80-90%의 사건은 법률 비전문가인 당사자 스스로가 자기를 변론해야 했던 본인소송이었다. (이 수치는 대법원이 사법연감을 통해 밝힌 변호사 대리율 가운데 가장 최근 자료이다. 대법원은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리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소송사건도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국의 변호사들에게 시민들에 대한 법적 자문이나 상담, 국회·행정부·기업·비정부기구(NGO) 등에의 진출,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변호사, 소송외적 분쟁해결에서의 주체적 역할 등의 요구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변호사 숫자의 절대 부족에 기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몇 나라의 변호사 숫자, 인구,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해보자(2002년 기준).
인구대비 변호사 비율을 볼 때 한국은 OECD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 9,400명 중 1명이 변호사를 가질 뿐이어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수백 대 일의 비율은 물론이고 일본의 6,700명 중 1명이라는 비율보다도 뒤떨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변호사 비율에서는 비록 일본을 제치고 꼴찌는 벗어났지만 서구 여러 나라들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을 이겼다고 만족할 일이 아니다. 2004년 현재 일본은 국민 225명 중 1명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사법시스템 이용이 세계에서 대단히 저조한 편에 속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4년 일년간 국민 37명 중 한명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나 서구 여러 나라들과 어깨를 견줄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의 비교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이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인구대비로는 지금의 열배 정도, GDP대비로는 지금의 6배 정도의 변호사가 있어야 각종 법률수요에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체로 3만명을 넘어서는 변호사가 지금 당장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변호사 숫자는 이 글을 쓰는 지금 막 7,000명에 도달했다. 매년 1,000명 선으로 늘어난 사법시험 합격자 수로 인하여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만명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년 1,000명이 모두 변호사로 진출한다 해도 무려 25년이 걸린다.
로스쿨 도입여부를 불문하고 한국 사법개혁의 최대과제는 변호사수의 대폭 증가에 놓여야 한다. 이것이 달성되지 않고서는 시민들과 유리되어 제후적 특권을 누리는 귀족법조의 상황을 조금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 아파트 상가에서 어렵지 않게 변호사 사무실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날, 사법개혁은 그 성과를 비로소 입증하게 될 것이다.
덧붙임
김도현 님은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