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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스타시위에 가려진 목소리들

동무들은 혹시 광화문에 가서 촛불이나 선전물(자기 생각을 남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도구들)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요? 광화문 교보건물 옆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곳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직접 전하고 싶은 이들이 자주 찾는답니다. 물론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힘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낮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직접 나서는 것이지요. 그런데 동무들!! 얼마 전부터 광화문에서 영화배우들이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어요? 새만금 갯벌을 살려달라던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니고,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지켜달라고 외치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니었어요. 진짜로 TV에서만 보던 멋진 영화배우 언니 오빠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거예요. 전 너무 신기하고 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이나영 누나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답니다. 그런데, 늘 TV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배우들이 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서 거리로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혹시 나랑 같이 얘기 들어보지 않을래요?


스크린쿼터? 그게 뭐지?

배우들이 하려던 얘기는 얼마 전 우리 쌀을 지켜달라고 외치던 농민들의 얘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대부분이 미국에서 들어오는)외국영화로부터 한국의 영화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정부가 '스크린쿼터'라는 법을 통해, 한국의 극장은 1년에 146일 이상 한국영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정해 놓았었대요. 많은 한국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정부는 지난 1월 26일에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여야 한다는 발표를 했어요. "앞으로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기 위해선 더 이상 한국영화를 보호해 줄 수 없다. 한국영화도 많이 성장했으니 이제 외국영화와 경쟁해서 살아 남아야 해!!"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걱정하고 있어요.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할 의무가 없어지면 많은 극장에서 한국영화 대신 헐리우드 영화를 상영할거라 믿기 때문이지요. 사실 헐리우드 영화는 한국영화에 비해 많은 돈과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TV나 신문에 멋진 예고편들을 많이 광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요. 또 지금처럼 극장이 해외배급사로부터 직접 영화를 구해 와야 하는 상황에서 극장 주인들은 "혹시 나중에 흥행할 수 있는 영화들을 못 받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평소에도 헐리우드 영화를 더 많이 상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돈과 기술로 만들었지만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많은 한국영화들이 소개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는 한국의 영화산업을 위해 꼭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를 지켜내려면 반드시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동무들은 한 남자배우가 상을 받은 후에 "저는 60명이 차려 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을 기억할 거예요. 물론 그 밥상을 차려준 친절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겠지요? 맞아요. 바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영화 노동자들이에요.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요? 영화 속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어때요 보이나요? 배우가 입고 있는 옷, 배우의 얼굴을 환하게 비춰주는 조명, 목소리를 녹음하는 마이크 등 영화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엔 영화 노동자들의 수고가 베여있답니다. 사실 한국영화의 성장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 일 해온 영화 노동자들의 희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웬 '희생'이냐구요?

2004년 한 국회의원이 발표한 내용을 같이 살펴봐요. 영화노동자들은 한 달에 55만원이 채 안되는 돈을 받으며 하루에 13시간 넘게 일할 때가 많았다고 해요. 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일거리가 없어질까 불안해하며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을 유지해야만 했대요.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 말하려면 그 발전의 혜택이 영화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영화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예요. 스크린쿼터를 바라보는 우리 역시 영화를 볼 때처럼 유명한 배우의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았던 '만든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영화는 산업이기 이전에 우리의 '문화'라구요!!

'스크린쿼터'를 없애자고 하는 사람들은 영화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재미있고 화려한 영화는 더 많은 곳에서 더 오랫동안 상영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금방 막을 내리거나 아예 상영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그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에요. 하지만 동무들! '영화'와 같은 '문화들'은 돈을 벌기 위한 산업이기 이전에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입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재미가 없거나 듣기 싫어서, 혹은 돈 버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해서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스크린쿼터'를 지키려는 행동은 단순히 '한국영화'를 위함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목소리의 영화들을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주기 위한 행동이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행동들이 모이고 모이면 정말 근사할 것 같지 않나요? 언젠가는 비싼 비행기와 자동차가 수십 대 씩 부서지고, 빗자루 탄 헤리포터가 멋지게 하늘을 나는 크고 화려한 영화만이 아니라, 조용하고 때로는 심심하기까지 했던 우리의 이야기와 늘 거리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힘없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들도 영화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