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IDAHOT)이었습니다. 1990년 세계 보건 기구(WHO)가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을 기념하여 매년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2월 서울시청 농성을 계기로 좀 더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알려 나가고 혐오 조장 세력을 막아 세워야 한다는 고민이 1월부터 논의되었답니다. 그래서 이번 아이다호 데이 행사는 예년과 같이 성소수자 단체 중심의 간단한 행사로 진행하기보다 인권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준비하기로 하고 아이다호 데이 대응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준비하였답니다.
아이다호 데이를 맞을 즈음에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장소가 서울광장으로 확정되면서 아이다호 데이 행사에 대한 혐오 조장 세력의 공격도 예상되었답니다. 그래서 성소수자 단체를 비롯한 인권단체에서는 별도의 혐오대응팀을 꾸리는 한편, 대응팀에 모두 위임하기보다 참가자들이 함께 혐오 조장 세력에 맞설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답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퀴어버스를 조직하기도 했답니다.
이러저러한 준비를 거쳐 5월 16일에 아이다호 데이 행사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10여 개 단체가 부스를 차리고 오후부터 작은 축제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부산, 광주·전주, 대구 등에서 퀴어버스가 올라오며 4시부터 무지개버스 한마당을 시작으로 무대 행사도 시작되었습니다. 7시 본 문화제에서는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쌍차 노래패가 축하 공연을 했고, 인권활동가들의 합창도 있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장 너머 구서울역사 근처에서는 기존에 노숙인 상대 선교 활동을 하던 단체 명의로 기도회가 열렸는데 알고 보니 혐오 조장 세력의 맞불 집회였습니다. 갑자기 천막 위에 동성애 혐오 문구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아이다호 행사장 인근과 무대 뒤편에서 일부가 동성애 혐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사를 방해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를 비롯해 혐오 대응을 준비했던 단체들에서 큰 플랑을 준비해 오는 등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에 맞서 행사는 안정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행사가 참 의미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000명가량의 사람들이 함께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했던 것도 의미 있었지만 혐오 조장 세력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내고 혐오에 맞섰던 모습은 아이다호 데이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 게 아닐까 싶어요.
이후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을 말하는 자리에 나타나 성소수자들을 이 사회에서 지우고, 병자 취급하려는 혐오 조장 세력에 맞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이다호 데이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실제로 6월 9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6월 28일 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혐오 조장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방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인 퀴어 퍼레이드 등이 막힌다는 것은 우리 곁의 누군가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관계 및 삶의 방식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됨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가 함께 이러한 행사들을 지켜내고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같이 내면 좋겠습니다. 6월 28일 퀴어퍼레이드에서 만나요. 퀴어퍼레이드는 절대 취소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