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사랑방 활동가들 중 몇몇이 모여서 여성주의 수다모임을 결성했었는데요. 초창기에 저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었는데요. 그때 이미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같이 읽었는데 최근에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어깨가 으쓱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모임에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꾸준히 관계를 만들어 오신 이단비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이단비입니다. 출판 노동자를 5년째 하고 있습니다.
◇ 5년이면 꽤 다니셨는데 출판사를 다닌 계기가 따로 있나요?
원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리스타를 꿈꾸고 까페에서 일도 했는데 가게 사장님과 싸우고 그만두게 되었어요. 임금도 너무 박하고 무엇보다도 여직원들을 희롱하는 말들을 많이 해서 참고 참다가 결국 폭발해서 그만둬버렸네요. 그 이후로 뭘 할까하고 방황을 시작했죠. 사실 다른 편집자들에 비해서 책을 정말 잘 읽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쑥스럽지만 나의 인생에서 ‘계기’들을 만들어 준 것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책 만드는 일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출판계에 뛰어들었습니다.
◇ 인생의 계기가 된 책이 여러 권이겠지만 그 중에 한권을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못난 것도 힘이 된다’라는 책인데요. 부산에서 국어선생님을 하시다가 지금은 정년퇴직하신 이상석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모한테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됐는데 너무 멋있었습니다. 자전적인 소설인데 청소년기는 반항아로 살면서도 글은 손에 놓지 않다가 점차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그 때 나온 전교조와 관련된 이야기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책이었어요.
◇ 그럼 인권운동사랑방도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알게 되셨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사랑방은 대학교 다닐 때 알긴 했어요. 그 때는 잘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인권운동사랑방이란 단체가 있고, 인권영화제도 한다더라 정도만 알고 지나쳤었죠. 그러다가 2009년 즈음에 출판사를 알아보고 편집인을 준비하면서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하던 친구를 알게 되었죠. 그 친구가 사랑방 친구들과 더불어서 여러 사람들과 여성주의를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으니 나와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그때부터 직접적인 인연은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으셨나봐요?
오히려 반대에요. 사실은 대학교 때 학생운동을 했었는데,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나머지 운동을 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논리에 둘러싸여서 여성운동을 나의 것으로 여기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학생운동이 끝나가면서는 시야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어요. 내가 미뤄뒀던 분야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여성주의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처음엔 모임을 갈 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좀 어렵기도 했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고..
◇ 그럼 요즘은 좀 여성주의를 대하는 부분들이 달라지셨나요?
최근에 강남역에서 여성혐오살인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잖아요.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인데 그런 사건을 접하게 되면 공포심이 어마무시하거든요. 강남역 사건 이전에는 나의 정체성과 상관 없이 해를 당할까봐 무서웠다면 그 이후로는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말이 스스로에게 붙기 시작했어요. 웃긴게 공포심이라는게 끊임없이 자기검열에 들어가더라고요. 옷을 고르는 것부터, 집에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 까지도 되게 고민하게 되요. 그런데 또 평소에 느끼는 이런 공포심을 말하면 더 무서울까봐 사람들과 이야기 잘 안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도 여성들끼리 겪었던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사건이기도 하더라고요. 서로 공감해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힘이 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라든지 두려움 같은 게 있었구나를 직접적으로 체감해요. 그러면서 반절은 농담 반절은 진담으로 주변남자들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한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이 말자체가 옳든 그르든 일상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주제가 올라온다는 게 지금은 오히려 좋아요. 강남역에 포스트잇 붙는 거 봤을 때 보다 일상에서 발견하니까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인상적이더라고요.
◇ 사랑방을 꽤 오래 알아왔는데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졸업할 때 쯤 되니까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활동가가 적성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활동과 거리가 생기니까 뭔가 알게 모르게 부채감이 있었고 그래서 손쉽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먼저 하자는 의미로 단체들을 후원했어요. 그 중에서 사랑방은 가장 나중이긴 했어요.(웃음) 나에게 인권이 뭘까? 하면 보편적이고 많이 접해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단어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야기하라고 하면 또 되게 모르겠더라고요. 이번에 어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정의를 내려야 했거든요. 예를 들면, 이주노동자의 자녀가 겪는 차별이라든지 여성이 받는 차별이라든지 포인트를 잡아서 써내야하는데 막막하더라고요. 뭔가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고 부끄러웠어요. 이제는 모르면서 인권은 중요해라고 말하고 다니는 이런 반성을 그만 되풀이하고 뭔가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사랑방도 후원하고 조효제 선생님의 <인권의 지평>이라는 책도 구매하게 되었어요.
◇ 인권운동사랑방보다 ‘먼저’ 후원하신 단체가 어디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웃음)녹색연합이요. 제가 산과 바다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힘들 때 가면 치유 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산이나 바다에 가서 나무르 안고 있다거나 바위에 누워서 시간을 잘 보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도 그렇게 있는 게 좋아요. 근데 이런 산과 바다가 언제까지 보존이 될까 고민이 되어서 그런 활동을 응원 지지하는 마음에서 후원을 하고 있답니다.
◇ 마지막으로 사랑방에 혹은 다른 후원인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원래 제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는데 요즘은 좀 바뀌었어요. 바쁠 때는 못 먹어도 시간나면 집에서 밥을 먹자는 주의로요. 고향이 부산인데 지치면 부산에서 집밥을 먹거든요. 맛을 떠나서 사람한테 에너지를 주는 맛이었어요. 몸이라든지 정서라든지 다 안정이 되더라고요. SBS스페셜에서 헬조선을 주제로 하는 TV프로그램을 봤는데 알바와 휴학을 반복하는 대학생 사례가 나왔는데 늘 돈이 아까우니까 삼각 김밥, 라면으로 떼우면서 식비 지출 비중을 엄청 줄이더라고요. 그걸로 세끼를 떼우는 모습을 보니까 심적인 결핍이 생겨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쓰였어요. EBS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는 것도 봤는데 요즘 사람들이 밥을 먹여야 할 텐데 싶더라고요. 사랑방 사람들도 끼니 거르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집밥을 챙겨 드시면 좋겠습니다.
◇ 앗 그렇다면 정말 마지막으로 최근에 맛있게 해먹은 추천할 만한 메뉴는?
저도 최근에 마감이 끝나서 한참 전에 사둔 봄나물을 오랫동안 못 먹었거든요. 그러다 간만에 주말에 쉬면서 다 죽어가는 나물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아이들만 골라서 무쳐먹었어요. 방풍나물, 눈개승마, 엉겅퀴 등 산나물 모아서 무쳐 먹었는데 맛있게 먹었답니다. 여러분도 나물요리에 한 번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