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인권위법과 국제사회의 권고도 위반하며 장애순 임명한 청와대
지키지도 않을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왜 법에 담았나
청와대는 지난 6월 10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인권위 한태식(법명 보광) 비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장애순(법명 계환)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를 내정하였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에 따라 청와대가 임명할 수 있는 비상임위원 2인 중에 1인을 불교계 몫으로 지명해온 것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명은 올해 1월에 개정된 인권위법을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국제사회의 권고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음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 법은 “국회,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을 선출·지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한국 인권위의 인선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시민사회의 참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온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권위 법에 따라 청와대는 이번 비상임위원 지명에 앞서서, 후보 추천이나 의견 청취의 과정을 거쳤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후보 추천과 의견 청취과정을 거쳤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인권위 법을 위반하고 인권위원을 선출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청와대가 법률을 대놓고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인권위 법이 졸속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인권위 법
인권위 법 개정을 통해 후보추천 및 의견 청취를 하게끔 되어 있지만, 실효성 있는 관련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어떤 제재도 없기 때문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약칭 인권위 공동행동)은 유명무실한 조항이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 새누리당은 정상환 상임위원을 지명하면서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후, 지원서를 받아서 새누리당 자체의 심의를 거쳐 정상환 위원을 지명하였다. 인권위법 개정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선출이었던 것이다. 여야합의로 통과된 법을 여당이 전혀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후에, 청와대는 아예 홈페이지를 통해 공석이라고 공고했던 새누리당 만큼도 하지 않고 밀실에서 인권위원을 지명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할 것이라면 도대체 후보추천이나 의견청취라는 내용을 왜 인권위법에 삽입했는지 우리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묻고 싶다. 더욱이 지난 5월 24일 인권위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등급심사 승인소위원회로부터 3번의 등급보류 끝에 A등급 유지를 통보받았다. 인권위법 개정을 A등급유지의 주된 이유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한국정부는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 법을 만들어서 A등급을 받아낸 일종의 사기를 친 셈이다. A등급을 받자마자 인권위법을 무시하는 청와대의 행태가 과연 A등급 인권위를 가진 국가의 모습으로 적합한지 청와대는 답변해야만 할 것이다.
상습적인 청와대의 국제사회 권고 무시
청와대는 2014년 3월에 처음으로 투명하지 못한 인선절차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등급보류 결정이 났음에도, 2014년 11월에 밀실에서 최이우 비상임위원을 지명한 바 있다. 최이우 씨의 인권위원으로서의 자질도 문제지만 국제사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대놓고 무시하면서 밀실에서 인선을 강행하자, 이후의 인선도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면서 이뤄져왔다. 2015년 3월에 이례전인 세 번째 등급보류 결정이 났음에도 또다시 청와대는 현 이성호 인권위원장을 밀실에서 지명하였다. 세 차례에 걸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당시 ICC)의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인권위에 A등급 유지를 통보하면서 인선절차 개선을 위해 ‘독립선출위원회 구성’을 권고했음에도 또다시 밀실에서 비상임위원으로 지명하였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을 비롯하여 유엔 인권관련기구 및 국제사회의 권고들을 청와대가 이렇게 무시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대통령의 국제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우리는 청와대에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해야
그 누구도 지키지 않는 법률을 근거로 인권위를 구성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국가인권위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고심 끝에 A등급 유지를 결정하면서 권고한 구체적인 인선절차 마련 및 ‘독립선출위원회 구성’을 반영하고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을 검토하여 즉각적인 인권위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적어도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이라면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권고를 확실히 이행하는 모범을 만드는 것이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2016년 6월 15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은 2016년 3월 총회에서 채택한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ICC)의 새로운 명칭입니다.
<덧붙임> 개정된 인권위법
제2장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제5조(위원회의 구성) ①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11명의 인권위원(이하 “위원”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②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1. 국회가 선출하는 4명(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다)
2. 대통령이 지명하는 4명(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다)
3.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③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1.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의 직이나 이에 상당하는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
2.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
3. 인권 분야 비영리 민간단체·법인·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등 인권 관련 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4. 그 밖에 사회적 신망이 높은 사람으로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
④ 국회,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을 선출·지명하여야 한다.
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
⑥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정무직공무원으로 임명한다.
⑦ 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⑧ 임기가 끝난 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
제7조(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 ①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다.
② 위원 중 결원이 생기면 대통령은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
③ 결원이 된 위원의 후임으로 임명된 위원의 임기는 새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