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을 하고 있는 반월·시화공단은 한국 사회의 파견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입니다. 안산 지역에 있는 공식적인 파견 업체 수만 수백에 달하고 불법 파견 업체까지 하면 그 두 배 이상의 업체가 공단 지역에 파견 노동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파견 노동자의 노동 현실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이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의 연속입니다. 월담 내에서도 파견 문제는 장기적인 고민으로 남아 있답니다.
파견 문제는 노동 운동을 하는 다른 단체들에서도 많이 고민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민을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민변 노동위원회, 노노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인권단체 노동권팀 등이 함께 파견노동포럼을 열었습니다. 지난 7월 9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럼은 총 3부로 기획되어, 1부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파견 노동의 문제를 짚는 시간을 가졌고, 2부는 법률적으로 파견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법률가, 교수들의 발제와 토론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에 파견 노동 관련 활동도 하고 있는 와키다 시게루 교수가 일본 파견법의 변화 현황과 관련된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경배 교수가 파견법이 간접고용 확산에 미친 영향, 그로 인한 노동관계의 변화 등을 토대로 파견법 폐기의 필요성을 살폈습니다. 특히 파견법 하나만이 아니라 직업안정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를 규정하는 법들 전반적인 것을 묶어서 직접 고용을 명시하도록 하는 법적 변화의 형태를 제안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실질적으로 파견법을 폐지하는 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해 각 단체들의 고민을 토론하고 방법을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제에서 파견법 폐기운동을 위한 운동전략이 제출되었고, 그에 대해 토론자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사회화 할 것인지, 사회화를 위한 운동진영의 ‘언어’의 비대중성 문제에 대한 과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파견법 폐기라는 목표가 선명한 반면 실제 파견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삶의 언어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삶의 언어로서 파견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이 움직이는 운동으로 조직되기 어렵다는 지적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토론 및 질의응답에서는 파견법 폐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운동 방안,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원청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방안 등이 토론되었습니다.
한국 사회 안에서 뿌리 깊게, 그리고 오랜 동안 변형되어온 파견 문제를 한 번의 포럼으로 해결하기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한 작은 단초들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된 포럼이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으로서도 파견 문제는 큰 숙제입니다. 중심 활동인 월담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모색하는 다양한 방면에서 해법을 찾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