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을달리는소녀]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되뇌는 말입니다. 자신은 시간이동-타임슬립을 하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시간의 흐름이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잔혹한 것이라는 뜻일까요.
요즘 뭔가 "시간이 없구나" 하는 느낌이 자꾸 들고 있습니다.
최근 지인의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과 남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제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 것이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밥 한번 먹자" 하시고, 저도 "네~" 했던 일이 있었거든요. 사실 저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약간 이른 나이에 장례식에 많이 다닌 것 같습니다. 친구, 친구부모님, 친구동생, 선배, 후배...... 모두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지만, 저는 그저 세상사는 일이라고, 오는 사람은 떠나가는 것이라고 초연한 척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과 했던 약속 아닌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처럼, 제가 다른 사람과 구체적으로 뭔가 "해야지~" 했던 일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얘기가 이런 거겠구나 싶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예를 들면,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는 이런 약속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을 텐데 그 약속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사무치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약간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습니다.
지난번 돋움활동가 편지에서 잠깐 언급했던, 돌봐주던 아는 형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 아픈 형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형 조금만 더 몸 좋아지면, 이런 거 저런 거 형 하고 싶은 거 하자." 하고 형과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가 정신을 못차렸던 것인지, 대충 예정했던 그 며칠을 못 기다리고, 형이 쓰러져버렸습니다. 아이고 또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아차! 하고 형이 쓰러진 뒤에야 정신을 차려서, 맛있는 거 그때그때 먹고, 형에게 해줄 거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타이밍 놓치지 않으려고, 늦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나니까, 얼마 뒤 형이 숨을 거둔 뒤에도 그렇게 큰 후회가 남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을 지내고 나니까, 정말 "시간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게도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20~30년? 후후후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는데, 정말 눈 깜박할 새였습니다. (다들 그러하지 않으신지요. ^.^;;; ㅋㅋㅋ) 이 정도 속도라면 20~30년 정도 시간은 금방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잘 찾아야 할 텐데, 무언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해봐야 알 수 있을테니, 어영부영 헤메고 있을 시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하고 싶은 것을 재밌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또 하나의 역설?? ^.^;;
저는 원래 좀 시간간격이 넓어서, 지금 "어... 한번 해볼까?" 생각했던 것을 몇~ 년이나 지난 후에 천천히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제 큰일났네요. >.< 큭큭큭 그렇다고 조바심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제게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도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건 우리 부모님들처럼 그분들의 시간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모든 것을 지금! All Things Now! 인 것 같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일기일회"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연히 한번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든, 지겹게 매일 보는 사람이든, 그 한번 한번의 만남들이 앞으로 다시 올지 안올지 알 수 없는, 정말 놓쳐서는 안될 기회라는 이야기인데, 이런저런 일들을 지나고 다시 보니, 이 말이 그저 사람 만날 때 친절하게 대하라는 말랑말랑한 선문답이 아님을 알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어, 해야할 일은 지금 해야 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하고 지금지금 집중해!!! 라고 하는, 거의 협박(?)처럼 느껴지는군요. 그때 못하면 못하는 것이니까,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Time waits for no one." 이니까. (예전에는, '나는 좀 기다려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는데요. 흐흐흐흐 >_<;; )
저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제가 다니는 직장도, 심지어 인권운동사랑방도!! 시간의 잔인한 흐름 속에서 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그때그때 해야할 일들을 놓치지 않고 잘 해나가야 할텐데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하하 ^0^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해야할 일들을 놓치고 또 놓치면서 "업"이라는 것을 쌓아가는 존재이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업을 짊어지고 꾸역꾸역 견뎌야하기도 하겠지만, 업을 조금 덜 쌓을 수 있도록, 아니면 쪼끔이나마 좋은 업을 쌓을 수 있도록,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이 필요할지를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카르페 디엠입니다. 호호
오랜만에 부모님께 또 전화나 한번 드려야겠습니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