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인터뷰는 부산에 살고 학교에서 사회 과목(교육학)을 가르치는 김정란 님입니다. 2009년이라고, 후원인 명부의 209번째 후원인께 무작정 전화를 걸었답니다. 아, 아직 사랑방 후원인이 2천 명을 넘지는 않아서 중간에 0 하나를 뺐지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귀찮은 내색 없이 꼼꼼하게 사랑방에 대한 이야기 들려주신 김정란 님께 감사드립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인권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평범하지만은 않아 얘기 꼭꼭 잘 새겨 들었습니다.
◇ 어떻게 사랑방을 알게 되셨나요?
우연찮게 알게 됐다. 인권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다 보니까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펼쳐낸 책을 두 권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후원도 하게 됐다.
◇ 사랑방 활동을 지켜보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들려주세요.
다달이 소식지 본다. 활동가들이 분야별로 어떤 일 했다고 짧게 적은 거 보면서 어떤 일 하는지 알고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하고 있다. 소식지 보면 살림살이라고 내역을 세세하게 공개하려고 하는 게 좋았다. 후원하면 알아서 잘 쓰겠지 싶기도 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어디에 더 많이 쓰는지 알게 돼서 좋고, 살림살이가 힘들구나 하는 게 공감돼서 좋다. 자원활동가들이 쓰는 편지도 잘 읽는다.
소식지 보면서 아쉬운 것도 있다. 사랑방도 역사가 있는데 기본적인 성격이나 존재 이유 같은 것들을 연도가 바뀔 때마다 알려주면 좋겠다. 기념해야 할 날이 있다면 그런 때 기획하는 것도 좋겠다. 업적이 아니라 사랑방의 정신 같은 것. 새로 후원 시작하는 사람들도 알 수 있게, 그리고 그냥 살다보면 놓치기 쉬우니까. 예전에 인권이라는 말은 어떻게 썼는지, 요즘은 어떤 부분에 주목하거나 비중을 두면 좋을지 등.
그리고 활동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소식지에 사진을 많이 실어주면 좋겠다. 요즘 좀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한데 예전에는 겉표지 사진 한 장밖에 못 봤다. 활동가들 얼굴도 보고 싶다. 어떤 때는 글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권영화제가 자리잡아가고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개하는 것은 참 좋은데 지방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부산 시네마테크 같은 데서 독립영화를 가끔 상영하는데 인권영화를 연계해서 상영하면 좋겠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 아직까지 한국은 서울 중심이라... 서울 가서 보는 일은 아무래도 쉽지는 않고 비디오테이프를 사기도 하긴 했는데, 그런 점이 좀 아쉽다.
◇ 사랑방 활동 중에 관심이 있거나 더 기대하는 활동이 있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인권교육에 관심이 있다. 워크숍 열면 참여하려고 하고 자료도 받아보곤 한다. 국가보안법에도 오래된 관심이 있지만 지금 관심 있는 활동은 비정규직이랑 주거권이다. 한국은 부동산이 제정신이 아니다. 주거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없어서 새로운 인식, 권리라는 걸 많이 알려야 한다. 기본적인 거다. 의료나 주거,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한다거나 기반시설 많이 만들자 이런 거 지금은 의미가 없다.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연대하고 지원하는 활동들이 있으면 좋겠다. 딱 이거다 하는 건 없지만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인 사람만 관심 갖거나 비정규직조차도 모두가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비정규직이 왜 줄어들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왜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나누고 함께 해야 하는 지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고민해나가길 바란다. 문제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처한 곤경을 극복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왜 사람답게 살 수 없는 건지 얘기하면서, 그래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의식을 바꾸는 더딘 접근도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새해계획을 들려주세요.
갑자기 연락받아서, 그동안 열심히 안 읽은 것 뜨끔했다. 소홀히 했던 걸 들킨 느낌? 대충 띄엄띄엄 읽어서 이제 꼼꼼하게 봐야겠다 생각 들었다. (^^;;) 새해계획은, 개인적인 건 그렇고, 사회적으로 볼 때... 경제위기 많이 얘기하는데 경제에 인간이 함몰되지 않을까 하는 게 더 걱정이다. 그럴 때일수록 인권이 더 소중한 거다. 속도를 좀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