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7주가 흘렀습니다. 1월20일 망루가 불타올랐고 그와 동시에 우리의 분노도 함께 타올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용산은 하나의 참사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올수록 용산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우리가 느끼고 이야기했던 분노는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공안탄압으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현저히 투쟁대오가 줄어들고 있고 전철연과 범대위의 피로도는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오고 중단되었던 철거작업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3월에는 구속자들에 대한 재판도 시작되고요. 점점 고립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용산참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개발이라는 족쇄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밑바닥에서 투쟁했던 철거민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앞에 직면해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온 국토가 삽질로 인해 먼지구덩이가 될 것입니다. 그 먼지는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들어와 계속 괴롭히겠지요.
어느 순간 내가 살던 동네에 개발추진 플래카드가 걸리고 조합이 설립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집 주인이 집을 언제까지 빼달라고 하겠지요. 보상이나 입주권은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나가라고 하니 나갈 수밖에요. 그래서 그냥 우리는 더 변두리로 외진 곳으로 가게 됩니다. 언젠가는 그 동네도 또 개발이 되겠지만요.
우리가 생각하는 개발은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교통이나 서비스시설이 좀 더 편하게 바뀌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요.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잖아요? 보면 볼수록 가진 사람들에게만 더 가지게 만드는 것, 살던 사람들은 개발이 되고 난 후에 전혀 볼 수가 없다는 것, 이런 것이 개발의 실상입니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적당한 넓이, 차별과 배제가 없는 주택정책을 이야기하면 ‘이상주의자’로 불리는 이 세상에서 용산투쟁과 함께 주거권을, 빈곤을, 개발의 폐해를 더 크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매일 집회에 나와서 싸우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개발에 대해 환상을 깨고 주거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저항의 씨앗을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