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용공성향의 표현물이라도 학문을 연구할 목적으로 소지해 읽거나 토론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소지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그 동안 검찰과 경찰이 용공·이적표현물을 단지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적발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이적표현물 소지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천경송 대법관)는 14일 전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장 이기언(26), 전 전북대생 이상희(23)씨 등 2명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상고심 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국가보안법 위반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 등이 가지고 있던 책과 노트 등이 용공성향의 표현물인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대학생으로서 빈부격차, 분배의 공정성, 현실모순 등에 대해 비판적, 학문적 관심에서 이를 독서 또는 소지, 토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 등이 구입하거나 독서한 책들은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공산주의 및 사회학에 대한 이론서인데다 자신들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 인정된다”며 “이를 이용해 토론 등을 했다고 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전북대 정외과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91년 1월 <변증법적 유물론>, <세계철학사>, <사적유물론>등 10여권의 사회과학 서적과 마르크스의 계급론 및 전략전술론 등을 요약한 학습교재를 소지, 탐독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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