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준), 명동성당 무기한 농성돌입
11일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준비위원회」(공동대표 권영길 등 3명, 민주노총(준))에 대해 당국이 문성현(운영위원)씨를 구속하고 은행계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적성 수사를 내세우는 등 탄압강도를 높이고 있어 큰 마찰이 예상된다.
6일 경찰청은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노운협)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이 단체가 “민주노총 결성을 주도해 왔다”며 민주노총(준)의 이적성 여부에 대해 수사할 것을 밝혔다. 또, 노동부는 7일 “(민주노총이)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더라도 현행 노동조합법상의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신고증을 내줄 수 없다”며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노운협이 지난해 8월 민주노총(준) 간부수련회 등을 통해 “기업별 노조를 철저히 청산해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자”는 등의 반제․반자본주의 혁명론을 이념노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일에는 민주노총(준)이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1인당 1만원 모금하고 있는 건설기금은 기부금품 모집법 위반 이라며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민주노총(준)은 이에 대해 “민노총이 마치 불순단체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것처럼 꾸며 국민적으로 음해하고 탄압하기 위한 구태의연한 술책”이라며 경찰청장 고발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창립대회 봉쇄 등 전면적인 탄압이 예상된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건설기금 모금, 창립대회, 노동자대회 강행할 것”을 결의했다.
노운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노운협은 노동운동단체들의 협의체로 노동조합 연합체인 민주노총과는 아무런 조직적 관련이 없다”며 경찰은 노운협이 민주노총 결성을 주도했다는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경찰이 7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활동해온 단체를 민주노총 창립일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이 단체 활동도 중지한 문성현 씨를 구속한 것은 조작임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준) 간부 40여명은 7일 오후2시 최근 당국의 △민주노총 탄압중지 △노태우와 뇌물제공 기업인 구속 △5.18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권용목 대표는 “건강한 노동조합을 보호․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를 탄압하는 것은 말이 안돼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들은 9일, 농성중인 명동성당 앞에서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는 대중집회를 여는 한편 경찰청, 검찰청 항의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노운협도 “경찰의 발표는 명백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노총(준)의 농성에 합류했다.
한편, 민주노총(준)은 지난해 11월 조직되었고, 현재 9백50여개 단위노조가 가입했다. 이들 단위노조 가운데에는 한국통신, 현총련, 대노련 등 굵직한 대규모 노조들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