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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세대, 경찰 인권유린 속속 드러나

성추행 항의에 “이 빨갱이 년” 곤봉으로 구타


지난 8월 12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연세대에서 있었던 제7차 범민련대회를 전후해 경찰이 저지른 인권침해의 진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주로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자신들이 당했거나 목격한 사실들을 제보해 왔다. 컴퓨터 통신 상에 올라와 있는 인권침해 사례들을 유형별로 보면 주로 성추행, 폭행, 폭언, 수사과정상의 고문 및 가혹행위를 들 수 있다. 이런 컴퓨터 통신상의 사례들은 대부분 구체성이 없고, 확인이 불가능해 언론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해왔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한국인권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승훈, 인권협)와 한총련이 광범하게 자행되었던 연세대 사태 관련 인권침해 사례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에 의한 성추행은 주로 20일 새벽 종합관 진압 이후 연행과정과, 연희초등학교에 임시수용되었을 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 등 전과정에서 광범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관에서 연행되었다 불구속으로 풀려난 ㄱ대학 이아무개씨(22)는 “종합관에서 잡혀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계단을 내려올 때 옆에 서 있던 전경들이 손으로 가슴을 만져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이 빨갱이 년’ 등의 상스러운 욕을 하면서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말했다. 경찰서에서도 여학생들에게 속옷 검사를 한다며 가슴을 들춰보고 만지기도 하면서 온갖 모욕적인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해 항의를 하면 여지없이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부상자 파악 안돼

이번 과정에서 부상당한 학생들의 실태는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진압과정에서 들것에 실려나간 학생들이 여럿이었다는 증언들이 있음에도 경찰병원에 현재 몇 명이나 치료받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김도형(전기과 2년)씨는 종합관 진압과정에서 밑으로 떨어져 낭심이 터지고, 폐에 물이 차고 최루액에 의한 화상 때문에 무척 위험한 상태였다. 다행히 그는 경찰병원에서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상태가 좋아졌다. 이외에도 실명위기에 처한 학생이 4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경찰이 던진 돌 등에 맞아 부상을 당한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학생들은 경찰서에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으로 드러나고 있다.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이도훈(철학과 4년)씨는 이과대에 있다가 폐결핵이 도졌지만 전혀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기도 하다. 또, △수사과정에서 쇠파이프를 들게 하고 사진을 찍어 구속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는 의경의 진술만으로 구속시킨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3분의 2는 경찰이 부숴”

한편, 경찰의 진압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종합관의 상황에 대해서도 경찰과 언론의 주장과 다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은 “종합관 3분의 2는 전경들이 부쉈다. 학생들은 랩실(어학실)과 교수연구실에는 접근 하지 않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종합관에 있다가 연행, 불구속으로 풀려난 최아무개(21)씨는 “바깥의 바리케이트에 불을 붙인 것은 학생들이 했지만, 건물 내부의 계단에 불을 낸 것은 학생들이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학생들이 없던 곳까지 뒤져 유리창이며 기물들을 모두 부쉈다”고 증언했다. 경찰들은 연세대 상황이 종료되고도 25일까지 학교 안에 상주하였는데, 이 학교 국문과 대학원생 김아무개(35)씨는 “학생들이 조금만 모여도 와서 위협하고, 대자보도 찢고, 학교 곳곳에서 족구나 진압훈련을 해 마치 80년대 초 같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경찰이 학생들의 가방을 뒤지거나 건물의 사물함을 뒤져 노트북 컴퓨터, 현금, 카드 등을 가져갔다고 말하고 있다.


피해조사 순탄치 않아

하지만, 이런 인권피해에 대한 조사작업이 순탄치만은 않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손민아(33)씨는 “피해 학생들이 엄청난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다”며 “그럴수록 용기 있게 증언을 하는 것이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 사례를 조사중인 전국대학여학생대표자협의회 간부는 “성추행을 증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시위 때마다 일어나는 경찰의 성추행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권협과 한총련은 각각다음주까지 인권피해를 조사하고 이 결과를 자료집이나 백서 형태로 발간하여 경찰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고발할 예정이다. 인권협은 민가협 763-2606, 민변 522-7284, 인권운동사랑방 715-9185, 천주교인권위 777-0643 등으로 신고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