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복역 이유로 교사임용 탈락
"귀하는 신규교사 임용순위 631번으로 96년 9월 1일자 임용순위에 달하였으나, 공무원 임용을 위한 신원조사 회보서 내용에 귀하를 교원으로 임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발견되어…부득이 임용에서 제외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 장의 공문서가 지난 3년간 이를 악물고 눈물 속에 버텨온 희망을, 한 가정의 삶에 대한 자그만 계획을 여지없이 날려버린 순간이다.
지난 8월 26일, 초등학교 교사 임용대기자 차정원(33)씨는 남편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복역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원임용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차 씨는 "남편의 문제 때문에 임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리고도 본인에게 변론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말도 안된다"며 재심을 요청했지만 '행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니 할 수 없다'는 대답에 눈물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차 씨가 이 순간을 위해 지난 3년간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대판 연좌제'가 얼마나 비인간적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차 씨의 남편 장창호(38) 씨는 92년 9월 이른바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국보법 상 간첩혐의 등으로 12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차 씨와 남편 사이에는 다섯 살된 딸 명지가 있는데, 남편은 세상에 태어난지 3일이 된 명지를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안기부로 연행되었다. 20여일만에 몸조리를 마치고 그녀는 딸 아이를 안고, 남편 면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 이제 5년째로 접어들었다.
차 씨는 93년 서울교대 복적이 이뤄졌다. 그때부터 부모님들과 선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꾸려 가며, 그녀의 학교생활은 시작되었다.
"1교시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면 유모차에 명지를 태워 오전 8시에 탁아소를 가요. 그리고 나서 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가 수업을 받으려면 첫시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레포트에 시험, 그리고 체육수업에 피아노 연습까지 하고 나면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수업이 오후 5시까지 있는 날, 집에 오면 오후 7시쯤 되죠. 기저귀와 젖병을 소독하고, 밥을 해먹고 나면 피곤해서 아이랑 제대로 한 번 놀아주지 못했죠"
명지는 대부분 혼자 놀아서인지, 한 때 다른 아이에 비해 말이 늦어 가슴아프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이 졸업을 한 해 앞둔 94년 차 씨는 알레르기 B염을 앓았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한달동안 한의원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교사임용 하나 믿고 3년 간 어렵게 보내왔는데… 이 희망이 없었다면 지난 시간동안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며 남편이 잡혀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