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 새벽 경기도 기흥읍 소재 신갈파출소와 인천 부평경찰서 산곡파출소에서 철거민 민병일 씨와 노점상 이종호 씨가 경찰관들의 무단적 폭력행위로 인해 뇌사와 혼수상태에 빠진 사태가 발생하였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접하며 경찰 물리력에 의존하며 인권유린을 서슴치 않는 현정권의 폭력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관련 경찰관 몇 명의 우발적인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왜냐하면 그동안 이러한 사건은 수 차례 걸쳐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어온 사실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 전 이덕인, 신연숙 씨 등 노점상과 철거민이 경찰병력과 철거깡패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조직적으로 자행된 살인행위에 대해서 사태의 진상을 밝히기는 커녕, 온갖 은폐와 조작을 통해 사건을 왜곡시키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으며, 진상규명과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는 각계에 대한 탄압만을 일삼아 왔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그동안 재벌위주의 개발정책으로 일관하여 국민기본권을 짓밟고 반사회적인 폭력을 사주하는 정부당국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그동안 부패한 경제구조와 정책 때문에 계속 발생하는 도시빈민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최소한의 자립대책과 제도·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비리재벌들과 결탁하여 상습적인 인권유린을 조장하며 동절기마저 도시빈민들의 주거권과 생계수단을 짓밟는 작태를 반복적으로 벌여오지 않는가!
작년 말 노동법·안기부법의 개악과 한보비리, 그리고 도시빈민에 대한 계속적인 살인폭력 등은 별도의 사안이 아니라, 정부와 보수정치권, 재벌이 이 나라의 정치, 경제구조를 부패시키는 주범임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우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국민기본권을 억압하며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당국과 일선 경찰기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반사회적 폭력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폭력 행위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와 국민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현정부와 재벌들에 대한 투쟁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을 것이다.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개악의 무효화를 위한 투쟁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전면적인 사회민주화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부패한 현정권과 재벌경제의 타파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1997년 2월 12일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