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협회, 성교육 교과서 개정 촉구
2년전 한국사회에서는 최초로 ‘동성애자의 인권’을 선언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국내 동성애자들이 오는 28일 탑골공원에 모여 집회를 갖는다.
이날 집회를 주최하는 한국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동인협)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의 동성애자 차별 실태’를 밝히고, 교과서의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교과서들은 “동성애 등을 성적 문제행동으로 본다”(서울시교육청 발행, <성과 행복> 83쪽), “동성간의 성관계와 같은 불건전한 성문화는 건전한 성문화를 왜곡시키며 AIDS와 같은 무서운 병의 전염경로가 되기도 한다”(같은 책, 85쪽), “동성간의 사랑이나 성행위는 AIDS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교육부 발행, <교련> 268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동인협은 “세계 심리학회와 정신의학계가 동성애를 더 이상 정신이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AIDS가 동성애자들 때문에 전염된다는 정보도 세계 AIDS 연구가 및 보건기구들에 의해 시정되어 왔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 교육가들이 잘못된 보건정보를 청소년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 교과서는 동성애적 경향을 가진 청소년들을 성적 변태나 성도착증 환자, AIDS의 주범으로 왜곡함으로써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들을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인협은 현행 성교육에 대한 대안으로서 △교과서에 “현대사회에 들어서 성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요구되며, 동성애의 경우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동성애자를 더 이상 정신이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첨가할 것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문적 상담원을 양성․배치할 것 △AIDS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AIDS보균자 및 환자의 인권을 보장할 것 등을 제시했다.
95년 6월 26일 결성된 동인협에는 전국의 23개 모임이 소속되어 있다. 이정우 씨는 “국내에서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고려대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동성애 경향을 갖는 숫자가 8-9%에 이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