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문제, 상식으로 접근해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정재헌) ‘제5회 시민인권상’이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에게 주어졌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정유진 사무국장을 만났다.
- 93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상, 95년 불교인권위원회 인권상 수상에 이어, 전우섭 공동대표가 96년 12월 10일 인권선언일에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번 시민인권상을 받는 소감은
= 운동본부는 ‘미군범죄, 피해사례, 한미행정협정’, 이 영역만을 맡아 일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화된 활동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단체들에 비해 눈에 띄는 것 같다. 고생하며 많은 일하는 여러 단체들에게 미안하다.
- 일을 하면서 힘든 부분을 얘기한다면
= 주한미군 문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분단된 상황에서 제한이 많고 하기도 힘든 일이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이나 미군범죄 문제를 더 캐고 들려면 ‘군사기밀’ 운운하며 터부시하기 때문이다. 마치 금기에 도전하는 일과 같다. 또 이 문제는 반미주의나 친북 세력으로 언제든지 몰고 갈 부담감마저 안고 있는데, 이처럼 안보이데올로기와 연결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 또 다른 어려움은 없는가
= 미군범죄 결과나 피해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물론 피해자로부터 “너희가 뭔데 그러냐”는 항의를 종종 듣는다. 실무자인 우리들은 신분보장이 안된 상태에서 사건을 캐고 든다는 것이 어렵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일인데도 그 결과를 알려고 하지 않고, 가해자 재판에도 거의 가지 않는데, 직접 가보지 않으면 재판결과를 확인조차 할 수 없다.
- 피해자들이 왜 소극적이고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가
= 패배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군문제로 관에 얘기해 봤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배상은 거의 된 적이 없고, 어렵게 배상판결을 받더라도 미군측이 불이행할 경우 강제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바로 한미행정협정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업까지 팽개치고 나서려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또 기지촌에서는 미군들로부터 보복 당할 것이 무서워서 재판을 하지 않으려 한다.
- 상금 5백만 원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 상금이 없었다면 잔고는 60만원뿐이었다. 상금은 10월28일 가질 ‘주한미군범죄 희생자 추모제’ 행사비용과 행사당일 『미군범죄백서』 출판비로 쓸 작정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김영삼 정부 들어 세계화의 허구아래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이중에서도 ‘민족’이라는 개념은 세계화의 구호 속에 사라지거나, 진부한 개념으로 여기게된 경향이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과 함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 미군은 반세기가 넘도록 온갖 특혜를 받아가며 이 땅에 주둔하는 것일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