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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야마가타 영화제를 다녀와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만을 가지고 영화제를 10일씩이나 한다.

영화제는 야마가타시가 스폰서로 되어있다. 25만의 시에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5백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영리목적이 아닌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야마가타시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네덜란드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에 관한 작품이 세관 검열에 걸려 12초나 잘려나갔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의 집단 목욕장면이였는데 일본 영화법은 남녀의 성기부분에 대해서 완고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정치적인 검열은 없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제 내내 검열의 부당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출품된 작품들은 주제보다는 표현방식에 대한 논의가 중심될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열악한 상황속에 놓여 있는 아시아권의 캄보디아나 필리핀 등지에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보다는 사회와 국가, 정치와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큐에서 사실을 기록한다는 본연의 임무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린아이라는 사실이었다. 한국의 6,70년대를 연상케하는 사회적 상황과 아이들의 열악한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주로 자국의 현실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작품은 먹을 것이 없어 도시의 중산층에 일하는 아이에 관한 작품이었다. 돈이 있으면 먹을 것을 사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싶다는 대목에서 아시아의 가난한 아이들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매춘과 마약까지 서슴치 않는 빈곤층 아이들의 인권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들이 작품 속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일본의 젊은 친구가 만든 '한국 BC전범에 대한 기록'은 구성이나 내용이 흠잡을데가 없었다. 21살의 어린나이에 무게 있는 역사문제를 다룬 일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시아지역을 베낭여행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일본인들이 전쟁기간동안 얼마나 잔혹한 행위를 했는지를 알았고, 이것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일본 젊은이에게 보여주겠다며 오랜 시간의 자료조사와 당시 한국인을 찾아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제기간 본 작품중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이었고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어린 친구의 가상한 노력을 대하고 깨닫는 바가 컸다.

우리의 경우 영화제가 우후죽순처럼 개최되지만 정말 영화제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제를 찾기란 쉽지않다. 검열 없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감독의 이야기가 영화에 묻어나는 영화제, 영리목적보다는 영화로서 만남의 장을 만들어 가는 장소가 되는 야마가타 영화제는 부러웠다.

김태일(푸른영상 사무국장)